"강남 아파트 한 채 값 썼는데 징역 23년" 한덕수의 선택, 정말 최악의 수였을까
"강남 아파트 한 채 값 썼는데 징역 23년" 한덕수의 선택, 정말 최악의 수였을까
법정구속으로 빛바랜 수십억 변호사비?
'불구속 재판'의 결정적 실익 3가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국무총리 법정 구속 사태와 맞물려, 최근 법조계 안팎에서는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에 달하는 거액의 변호사 비용을 쓰고도 징역 23년이라는 중형을 피하지 못한 한덕수 전 총리의 상황을 두고 "개인으로서는 최악의 결과"라는 냉소적인 분석이 제기됐다.
1심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영장 기각이 오히려 그에게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거액의 성공보수를 주고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은 면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기간이 형기에 포함되지 않아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고생하게 됐다'는 논리다. 과연 법적으로도 타당한 해석일까.
강남 아파트 한 채의 딜레마… 돈은 썼는데, 혜택은 날아갔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의 선고 직후였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도망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그를 법정에서 바로 구속했다.
일각에서는 이 상황을 두고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수사 단계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구속영장 기각을 이뤄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변호사 비용(일명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을 썼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둘째, 구속되지 않은 상태로 재판을 받았기 때문에, 그 기간만큼은 형기에서 빠진다는 점이다. 만약 수사 때 구속됐다면 1심 판결 때까지 구치소에 있었던 기간이 징역 23년에서 공제(산입)되었을 텐데, 그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돈은 쏟아부었는데 결과는 중형이고, 미리 매를 맞지 않아 남은 매가 줄어들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법조계의 반박 "자유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나?"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구속 기간이 산입되지 않아 손해"라는 주장은 형사법의 대원칙을 오해한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 형법 제57조는 판결 선고 전의 구금 일수를 형기에 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판시했듯, "국가의 강제 처분으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한 것에 대한 사후 보상"의 개념이다. 즉, 구속은 혜택이 아니라 '피해'이고, 형기 산입은 그 피해를 덜어주는 장치일 뿐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불구속 상태가 피고인에게는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속영장이 기각됨으로써 한 전 총리는 재판 기간 동안 다음과 같은 권리를 누렸다.
- 방어권 보장: 구치소가 아닌 집에서 생활하며 변호인과 수시로 만나 재판 전략을 짤 수 있었다.
- 신체의 자유: 가족과 함께 지내며 일상을 유지했다.
- 사회적 명예: '구속 피고인'이라는 낙인 없이 법정에 출석했다.
만약 한 전 총리가 수사 초기 구속되었다면, 그는 차가운 구치소에서 수개월을 보내며 제대로 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 실제 상황에서는 거액을 들여서라도 이 자유를 샀다. 이를 두고 "최악"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감옥에 미리 들어가 있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모순이다.
항소심의 쟁점… '방조범'이냐 '주범'이냐
이제 공은 2심으로 넘어간다. 한 전 총리 측과 특검팀 모두 지난 26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를 단순한 방조범이 아닌 '내란 중요임무 종사'의 정범(주범)으로 판단했다.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총리가 오히려 내란에 가담했다"는 것이 중형 선고의 핵심 이유였다. 반면 특검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계엄 해제 국무회의 지연' 혐의 등을 다시 다투겠다고 벼르고 있다.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이라는 비유 뒤에 가려진 본질은 명확하다. 한 전 총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아파트 값이 아니라, 국무총리로서 헌법을 수호해야 했던 책임의 무게다.
구속되지 않아 형기를 미리 채우지 못한 것이 손해가 아니다.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의 일원으로 지목되어 23년이라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 그 사실 자체가, 그에게는 최악의 결과일 것이다. 다음 달부터 시작될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의 2심이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