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는 뺑소니, 벌금만 내면 끝?…피해자 '엄벌 탄원서'가 판 뒤집는다
사과 없는 뺑소니, 벌금만 내면 끝?…피해자 '엄벌 탄원서'가 판 뒤집는다
변호사들 "가해자 무반성 태도·피해 고통 상세히 담아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과 한마디 없이 보험 처리로 사건을 끝내려던 뺑소니 가해자가 검찰의 '구약식' 처분으로 벌금형에 그칠 위기에 놓이자, 피해자가 직접 '엄벌 탄원서'를 들고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6월 뺑소니 사고를 당한 A씨는 최근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 가해자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검찰이 사건을 '구약식'으로 처리했다는 통보였다. 차량 수리비와 병원비는 보험사가 처리했지만, 정작 사고를 낸 가해자는 사과는커녕 연락 한 통 없었다.
A씨는 "피해자는 고통받는데 가해자는 벌금만 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너무 억울하다"며 가슴을 쳤다.
가해자는 벌금 내면 끝? 피해자는 왜 이의신청도 못하나
A씨의 사건처럼 검찰이 법원에 정식재판 대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형을 내려달라 요청하는 것을 '구약식'이라 한다. 비교적 가벼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는 제도지만, 피해자에게는 솜방망이 처벌로 느껴지기 쉽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에게는 불복할 권리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할 권리는 피고인(가해자)과 검사에게만 주어진다. 피해자가 직접 “이 처분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절차가 원천적으로 막혀있는 셈이다.
판사 마음 돌릴 마지막 카드, '엄벌 탄원서'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피해자의 '엄벌 탄원서'가 재판부의 판단을 바꿀 가장 현실적인 카드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직권으로 사건을 정식재판에 넘기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행사하는 구체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가만히 있으면 벌금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재판부에 엄벌탄원서를 내 정식재판 회부를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는 것을 넘어, 가해자의 불성실한 태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YK 동탄분사무소 김경태 변호사는 "사고 이후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사실,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 등을 상세히 기술해 재판부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의 '반성 없는 태도'는 양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은 단 7일, 약식명령 확정 전에 승부 걸어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약식명령은 피고인이 명령문을 받은 날로부터 7일이 지나면 그대로 확정돼 버린다. 이 기간이 지나면 더는 다툴 수 없게 된다.
공동법률사무소 온힘앤파트너스 지종엽 변호사는 "약식명령이 확정되기 전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탄원서나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면 정식재판 회부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