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부상' 인데 '부친상'으로 거짓말⋯사기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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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상' 인데 '부친상'으로 거짓말⋯사기죄랍니다

2021. 02. 17 14:48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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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에게 숙부상을 부친상이라고 속인 공무원 논란

"평소 숙부를 아버지처럼 생각했다"는 해명 내놨지만

하진규 변호사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어"⋯동료들에게 부의금 토해내야 할 수도

한 공무원이 부친상을 당했다는 거짓말로 부의금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거짓말을 하긴 했어도 없는 사람을 돌아가셨다고 한 것은 아니니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셔터스톡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최근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공무원 A씨가 올린 안타까운 소식. 동료들은 십시일반 부의금을 모아 전달하고, 몇몇 직원은 직접 지방까지 내려가 문상했다.


청천벽력 같은 부친상이었지만 비통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실 돌아가신 분은 A씨의 아버지가 아니라 숙부(叔父·작은아버지)였기 때문. 한 동료가 "누군가 A씨의 아버지는 옛날에 돌아가셨다고 얘기한 것 같다"며 어렴풋한 기억을 끄집어내면서다. 확인해보니 A씨의 아버지는 예전에 돌아가신 상태였다.


이에 진심으로 슬퍼하고 A씨를 위로했던 동료들은 "공무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중징계를 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돌아가신 분이 누구인지 속이는 경우는 보통의 경우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황당한 건 그뿐이 아니었다. A씨는 평소 "숙부를 아버지처럼 생각했다"며 부친상이라고 거짓말한 이유를 설명했다. 과연 이런 변명으로 A씨는 법적 책임을 벗을 수 있을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거짓말?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어⋯벌금 100만~300만원 나올 사안

A씨가 거짓말을 하긴 했어도 없는 사람을 돌아가셨다고 한 것은 아니니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변호사들은 "A씨의 행동은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면 성립한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A씨는 사기죄가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속인 것은 기망으로 판단될 만하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 /로톡 DB

즉, A씨는 자신을 믿고 있던 동료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부친상이라고 속여 부의금(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사기죄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어 하 변호사는 "사회 인식상 직장 동료의 숙부상은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반면 부친상의 경우 어떤 형식으로든 조의를 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기망과 재물(부의금)의 교부 사이의 인과관계도 명확하다"고 했다.


A씨가 처음부터 숙부상이라고 말했다면 동료들이 이번처럼 부의금을 전달하지 않았을 테니, 부친상이라고 속여(기망) 부의금을 받은 사기죄가 맞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A씨의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가 될까. 하 변호사는 "초범인 경우 벌금 100만~300만원 사이를 예상한다"고 했다.


부의금, 민사상 반환청구 통해 가능⋯소송으로 인해 반환까지 시간은 걸려

A씨의 동료들이 부의금을 돌려받는 것도 가능할지 알아봤다. 거짓말을 해서 받아낸 부의금이니 동료들에게 돌려주는 게 맞지 않을까.


사실 부의금만 놓고 보면 증여에 해당해 법적으로 돌려줄 의무가 없다. 증여는 타인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주는 것이다. 축의금이나 돌잔치 축하금도 증여에 해당한다.


하지만 불법행위(사기)를 통해 부의금을 준 것이라면 돌려받는 것이 가능하다. 하 변호사는 "이 사안은 형사적으로 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민사적으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란 A씨가 법을 어기고 가져간 부의금을 동료들이 돌려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하는 것이다. A씨가 사기죄로 인정받으면 동료들은 해당 판결문을 근거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소송으로 인해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하 변호사는 "부의금과 이번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면서도 "부의금을 받기까지는 최소한 3~4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다.


동료들이 소송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A씨가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먼저 돈을 돌려주는 게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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