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보도블록, 산산조각 난 퇴직의 꿈
깨진 보도블록, 산산조각 난 퇴직의 꿈
지자체-건설사 '책임 떠넘기기'… 법적 해법은?

정년을 앞둔 시민의 부모가 관리 부실 보도블록에 넘어져 무릎 골절로 조기 퇴사했다. / AI 생성 이미지
2026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던 한 시민의 부모가 관리 부실 보도블록에 넘어져 무릎 골절로 수술대에 올랐고, 결국 강제 조기 퇴사를 맞게 됐다.
하지만 사고 책임을 져야 할 지자체는 '공사장 탓'이라며 건설사에 책임을 넘기고, 건설사는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며 회피하는 '책임 핑퐁'이 벌어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건설사 모두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며, 증거를 확보해 민형사상 조치를 동시에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자체와 건설사의 끝없는 '책임 핑퐁'
길을 걷다가 부서진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져 무릎이 골절된 A씨의 부모. 2026년 11월 명예로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 사고로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결국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A씨는 부모님의 사고가 지자체의 보도블록 관리 부실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영조물 배상 책임 보험'을 통해 지자체에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지자체는 사고 위치가 공사장 앞이라는 이유로 건설사에 책임을 떠넘겼고, 정작 건설사와 조합 측은 배상 책임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현재 지자체와 건설사, 조합 측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나, 보도 블록의 관리 부실이 명확하다면 지자체는 영조물 관리 하자로 인한 배상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공사 구간 내 사고였다면 건설사와 조합 역시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의 주체가 됩니다"라고 지적했다.
형사 고소? "강력한 압박 카드, 하지만..."
답답한 마음에 A씨는 '업무상과실치상'으로 이들을 고소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변호사들은 한 목소리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형법 제268조에 따라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공사 현장 책임자 등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금전적 보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홍대범 변호사는 "형사 고소는 상대방을 처벌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로 배상금을 받아내는 절차는 아닙니다"라며 "다만, 형사 기소 시 가해 측에서 합의를 시도하게 되므로 배상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형사 고소는 배상을 위한 직접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강력한 '압박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진짜 싸움은 '민사소송', 조기 퇴직 손해도 보상받는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실질적인 해결책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다. 특히 지자체와 건설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에서는 두 주체를 모두 '공동 피고'로 묶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경우 법원이 증거를 토대로 누구에게 얼마큼의 책임이 있는지, 비율을 판단하게 된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는 "지자체와 건설사 조합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므로 모두를 공동 피고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시면 법원이 책임 비율을 판단하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보상 범위에는 수술비, 치료비와 같은 직접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의 가장 뼈아픈 부분인 '조기 퇴사로 인한 소득 손실(일실수입)'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포함된다. 사고가 아니었다면 2026년 11월까지 근무하며 얻었을 수입을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증거가 전부다'...변호사들 한목소리로 강조
이 모든 법적 절차에서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증거'다. 변호사들은 소송을 결심했다면 무엇보다 증거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이동규 변호사는 사고의 원인을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사고 당시 보도블록의 파손 상태, 공사 자재의 적치 여부, 안전표지판의 설치 여부 등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확보했는지가 소송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인근 상가 CCTV나 차량 블랙박스 영상, 수술 기록, 진단서 등 의학적 증빙 자료, 퇴임 예정일과 실제 퇴사일을 증명할 서류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전문가들은 상대방이 피해자의 부주의(과실상계)를 주장하며 배상액을 깎으려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초기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