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는 '이름 모름', 일단 소송부터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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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이름 모름', 일단 소송부터 걸어라

2026. 06. 02 10:4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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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계좌 동결? 변호사들이 제시한 '역발상' 해법

가상화폐 사기에 연루되어 계좌가 동결되었다면, 상대방 신원을 몰라도 '성명불상'으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먼저 제기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나도 피해자" 외침도 소용없이 계좌는 꽁꽁 묶였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 가상화폐 사기에 연루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역설적이게도 '피고는 이름 모름(성명불상)'으로 적고 소송부터 시작하라고 입을 모은다. '선 소송, 후 신원 확인'이라는 역발상 전략이 억울하게 발이 묶인 이들에게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의 탄생…'대포계좌' 멍에와 묶인 돈


추천받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돈을 넣었을 뿐인데, 어느 날 갑자기 계좌가 막혔다. 알고 보니 해당 거래소가 사기에 이용된 '대포계좌'였고, 내 계좌 역시 범죄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정작 본인도 사기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만, 수사기관과 은행은 일단 계좌부터 동결하고 본다. 돈을 돌려받기는커녕 일상적인 금융거래마저 불가능해진 상황. 소송으로라도 이 억울함을 풀고 싶지만, 당장 누구를 고소해야 할지조차 막막하기만 하다.


"피고는 성명불상"…이름 몰라도 소송은 시작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상대방의 신원을 모르는 것이 소송의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신속하게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라고 강조한다.


정진열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평산)는 "상대방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먼저 접수하고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며, 실제로 대부분의 보이스피싱/리딩방 연루 사건이 이 방법으로 진행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소장에 피고의 이름을 '성명불상'으로, 주소를 '불명'으로 기재해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동균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케이) 역시 "먼저 소장에 피고를 성명불상자나 계좌 명의자의 이름만 기재하여 법원에 접수한 뒤, 곧바로 사실조회 신청을 진행하면 됩니다"라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일단 소송을 시작해 사건 번호를 부여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답은 경찰서가 아닌 '은행'에 있다


소송이 접수되면, 다음 단계는 '사실조회'를 통해 베일에 싸인 상대방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당연히 경찰에 정보를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핵심은 '은행'이다.


임현수 변호사(법무법인 쉴드)는 "첫째, 상대방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한 사실조회는 법원을 통해 의뢰인님 계좌로 입금한 타행 은행을 상대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신청을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라고 밝혔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정보 제공에 소극적일 수 있는 경찰서와 달리, 법원의 명령을 받은 은행은 계좌 명의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핵심 정보를 회신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법원에 '당사자표시정정신청'을 하면 비로소 피고를 특정하고 본격적인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나도 속았다" 입증할 증거, 그리고 절대 해선 안 될 말


소송의 승패는 결국 '나 역시 고의 없이 사기에 휘말린 피해자'라는 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경찰에 직접 피해 사실을 신고하며 받은 '사건사고사실확인원'과 거래소 가입 내역, 입출금 기록 등은 악의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


하지만 증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진술'이다. 무심코 뱉은 한마디가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세진 변호사(법무법인 초원)는 이 점을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주의하실 점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사기인 줄은 알았지만 투자했다', '조금 이상하긴 했다'와 같은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진술은 고의성이나 인식 여부를 불필요하게 문제 삼게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려다 오히려 범행을 인지했다는 의심을 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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