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죽었다, 내 전세금 2억은 '유령 법인'에 갇혔다
집주인이 죽었다, 내 전세금 2억은 '유령 법인'에 갇혔다
보증보험도 '말짱 도루묵'?…변호사들, 기상천외한 해법 제시

1인 법인 집주인의 사망으로 전세 계약 해지 통보가 불가능해진 세입자는 법원에 '임시이사' 선임을 신청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2억 원 전세금을 지키려 가입한 보증보험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집주인인 1인 법인의 대표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계약 해지 통보조차 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내용증명은 수취인 부재로 반송되고, 보증기관마저 난색을 보이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법률 전문가들이 거의 유일한 탈출구를 제시했다.
사람 없는 회사, 받지 않는 통보…벽에 부딪힌 세입자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한 세입자는 4년 전, 2억 원에 한 법인과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2년 뒤에는 대표의 사정으로 계약이 묵시적으로 연장됐다. 세입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HF(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보험에도 가입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평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몇 주 전, 1인 법인의 대표이사가 돌연 사망한 것이다. 계약 해지를 위해 보낸 내용증명은 '받을 사람이 없다(폐문부재)'는 이유로 되돌아왔다.
다급해진 세입자가 HF에 문의했지만, HF 상담 시 법인 대표 부재로 인해 공시송달(서류를 법원 게시판 등에 공고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 기각된 경우가 있었다는 안내를 받아야 했다. 등기부등본상 법인은 살아 있지만, 정작 그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유령회사'가 된 셈이다.
법조계 “법원에 ‘임시 대표’ 세워달라”…한목소리로 제시한 해법
암담한 상황 속에 법률 전문가들은 약속이나 한 듯 동일한 해법을 내놓았다. 바로 법원에 법인을 대표할 '임시이사' 또는 '특별대리인'을 세워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신청해 임시 대표자를 세운 뒤 해지 통보를 하셔야 합니다”라고 명확히 조언했다.
법무법인 도모의 고준용 변호사 역시 “법원을 통해 임시이사 등이 선임되면, 그를 상대로 적법하게 계약 해지 통보를 할 수 있습니다”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송달 문제는 향후 보증보험 이행 청구를 위한 필수적인 요건을 갖추는 정석적인 절차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섣불리 공시송달을 시도하기보다, 법적 권한을 가진 대리인을 세우는 것이 정공법이라는 의미다.
보증금 회수 3단계 로드맵, 첫 단추는 ‘임시이사 선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세입자가 2억 원의 보증금을 되찾기 위한 여정은 3단계로 요약된다.
첫째, 세입자가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법인 본점 소재지의 관할 법원에 '임시이사 선임 신청'을 한다.
둘째, 법원이 임시이사를 선임하면, 그 임시이사를 상대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한다. 묵시적 갱신 상태이므로, 통보가 도달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법적으로 계약이 해지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증빙하는 서류를 갖춰 HF에 보증금 반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중 박기태 변호사는 “HF전세보증보험에서 돈을 받으려면 계약의 적법한 해지, 임차권등기명령 완료라는 두가지 조건이 필수적입니다”라고 강조하며, 이 절차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절차는 다소 복잡하고 생소하지만, '유령회사'에 갇힌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