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통사고 딛고 런던 패럴림픽 은메달 딴 선수, 보험사와의 13년 소송 결말은
[단독] 교통사고 딛고 런던 패럴림픽 은메달 딴 선수, 보험사와의 13년 소송 결말은
사고 3개월 뒤 패럴림픽 은메달 쾌거
법원 "과거 병력 있어도 사고와 인과관계 인정"
단, 책임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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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12년 6월, 런던 패럴림픽 개막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 국가대표 선수 A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대교 부근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었다. 그때 뒤따르던 트럭이 정차해 있던 뒷차를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A씨가 타고 있던 승용차까지 밀리는 3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놀랍게도 A씨는 사고 3개월 뒤인 2012년 9월, 런던 패럴림픽 단체전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고 충격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드라마였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경기장 밖, 법정에서 시작되었다. 사고 이후 심해진 통증을 두고 보험사와 A씨 간의 공방이 10년 넘게 이어진 것.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이경민 판사는 최근 이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렸다.
"원래 아팠던 것 아니냐" vs "사고 때문이다"
쟁점은 '기왕증', 즉 사고 이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병력이었다.
A씨는 1996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2012년 사고 이후 척수 안에 물이 차는 척수공동증과 극심한 통증, 배뇨 장애 등이 악화됐다.
트럭 운전자의 보험사인 B사는 먼저 소송을 걸었다. 보험사 측은 "A씨의 증상은 1996년 사고로 인한 것이지, 2012년의 경미한 접촉 사고와는 무관하다"며 "배상할 돈은 30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도 맞소송(반소)을 제기했다. "사고로 인해 평생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됐다"며 치료비와 위자료 등 약 2억 8천만 원을 청구했다.
감정의들의 판단 "잠재된 병, 사고가 방아쇠 당겼다"
법원은 비뇨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전문의들에게 꼼꼼한 감정을 맡겼다. 의료진의 소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1996년 사고로 척수공동증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가 2012년 사고 충격으로 악화되어 통증이 발현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A씨가 가지고 있던 기저 질환에 이번 교통사고가 불을 붙인 셈이라는 것이다. 1996년 사고 이후 A씨가 국가대표로 활동할 만큼 건강하게 지내왔고, 별다른 통증 치료 기록이 없다는 점도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다.
법원의 결론 "인과관계 인정, 하지만 공평하게 5:5"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보험사의 책임 범위를 제한했다.
이경민 판사는 "이 사건 사고 이후 A씨가 겪고 있는 통증 등은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A씨의 후유증은 1996년 사고 이후 진행된 기왕증이 이번 사고와 경합하여 나타난 것"이라며 기왕증 기여도를 50%로 산정했다.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법리적 원칙에 따라, 전체 손해액 중 절반은 A씨가 원래 가지고 있던 신체적 요인 탓으로, 나머지 절반은 사고를 낸 가해 차량 측의 책임으로 본 것이다.
결국 법원은 "보험사는 A씨에게 이미 지급한 치료비를 제외하고, 위자료 1,000만 원을 포함해 총 3,305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참고]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19가단39528(본소) 2021가단34793(반소) 판결문 (2025. 10. 31.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