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증거 찾았는데"…재심, 섣부른 첫발이 '독' 되는 이유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새 증거 찾았는데"…재심, 섣부른 첫발이 '독' 되는 이유

2026. 04. 09 10:4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정보통신망법 유죄 확정자, 변호사들 "기회는 단 한번, 첫 청구서가 전부다"

재심 청구는 새 증거가 있어도 섣불리 청구하지 말고, 변호사와 증거의 '명백성'을 입증할 전략부터 세워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을 '새로운 기술 증거'를 확보했어도 섣불리 재심을 청구했다간 단 한 번의 기회마저 날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법률가들은 재심의 문턱이 상상 이상으로 높다며, 청구서 제출 전 반드시 변호사와 함께 '명백성'을 입증할 전략부터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어설픈 첫 단추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내고 보자?"…절차는 가능, 그러나 위험한 유혹


정보통신망 침해 혐의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A씨. 그는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원심 재판에서 판단이 누락된 결정적 기술 자료를 손에 넣었다.


닫혔던 재판의 문을 다시 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지만, 복잡한 기술 내용을 어떻게 법원에 설명해야 할지, 일단 청구서부터 내고 변호사를 선임해도 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일부 변호사들은 절차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최초에 제출하는 재심청구서에 세부적인 모든 내용을 적을 필요는 없고 일단 청구서부터 제출하고 추후 변호사와 보강해서 추가 자료를 제출하시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인화 이수민 변호사나 법무법인 반향 정찬 변호사 역시 상세한 기술 내용은 추후 증거로 첨부하거나 보강 자료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는 재심으로 가는 여러 갈래길 중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기회는 단 한 번"…전문가들이 '선(先) 변호사'를 외치는 이유


대다수 변호사들은 '선(先) 청구, 후(後) 보완' 방식의 치명적 위험성을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처음 작성하는 재심 청구서에 모든 것을 자세히 기술할 필요는 없지만 가급적 재심청구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얻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의담 박상우 변호사 역시 "청구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와 구체적으로 검토를 진행하시고 청구서를 작성하실 것을 권합니다"라며 첫 단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들이 이처럼 신중론을 펴는 이유는 재심 제도의 비정한 엄격성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434조 제2항은 법원에서 기각된 재심 청구에 대해 '동일한 이유로 다시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어설프게 작성된 청구서가 한 번 기각되면, A씨가 손에 쥔 '결정적 증거'는 법적으로 영원히 잠들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명백성'의 벽, 그리고 '한 번뿐인' 재심 청구권


재심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가 규정한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율도 합동 법률사무소 정성열 변호사는 "기존 판결에서 판단된 부분이 아니고 제출할 수 없었던 자료라면 증거의 신규성 요건은 충족할 것으로 보이고, 증거의 명백성이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증거가 '새롭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판결을 뒤집을 만큼 '명백히' 강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명백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바로 재심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이 점을 지적하며 "재심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바 재심 사유가 되는지를 두 명 이상의 변호사와 감토해보신 후 재심청구를 진행하시길 권합니다"라고 재차 당부했다.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고, 여러 전문가와 교차 검증을 거쳐 승산이 있을 때 움직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당신의 '마스터키', 전문가와 함께 열어야


결론적으로 법률 전문가들은 재심을 결심했다면, 청구서라는 '열쇠'를 법원의 문에 꽂기 전에 반드시 유능한 '열쇠공'인 변호사부터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보통신망 침해와 같은 기술적 사건에서는, 복잡한 데이터를 법관이 이해할 수 있는 법률적 주장으로 '번역'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재심청구는 법원에서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해 새로운 증거를 통해 무죄를 입증하는 매우 엄격한 절차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닫힌 재판의 문을 열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 그 소중한 기회를 성급한 판단으로 날려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