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스타킹 액체 테러'…이번에도 성범죄 처벌은 어렵다?
또 '스타킹 액체 테러'…이번에도 성범죄 처벌은 어렵다?
대구서 여성 스타킹에 '검은 액체' 분사 신고 잇따라 접수
수사 나선 경찰 "재물손괴 등 혐의 적용 예정"
과거 비슷한 사건도 재물손괴죄로만 처벌

대구에서 한 남성이 지나가는 여성에게 검은 액체를 뿌리고 달아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셔터스톡·트위터 '@7wa_c'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대구에서 한 남성이 지나가는 여성에게 검은 액체를 뿌리고 달아나는 일이 연속해서 발생했다.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4시쯤, 다음날인 15일 오후 6시쯤 관련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경찰은 대구 복합환승센터 일대를 수색했지만, 이 남성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2건의 신고를 같은 인물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분을 알 수 없는 이 액체는 여성의 스타킹에 묻어 잘 지워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액체 성분을 분석 중이며 구체적인 피해 진술을 바탕으로 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SNS에는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일대에서 한 남성이 혼자 있는 여성에게 검은색 액체를 분사하니 조심하라"는 글이 공유되고 있다.
한편 비슷한 사건은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역에서도 있었다. 한 남성이 스타킹을 신은 여성들의 다리에 검은 액체를 뿌리고 도망간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일명 '강남역 스타킹 테러남'으로 불렸다. 가해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이유로 "성적인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물손괴죄는 스타킹 등 타인의 재물을 고의로 망가뜨리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했을 때 성립한다. 형법 제366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과거 부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8년 부산대에서 한 남성이 여학생들의 스타킹에 검은 구두약을 뿌리고 도망친 사건이었다. 해당 남성 B씨 역시 범행 이유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B씨에게 재물손괴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러한 사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가해자가 모두 성범죄가 아닌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았다는 것. 이번 대구 사건 역시 경찰은 "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해자들은 범행 이유로 "성적 만족감", "성적 욕구 해소"를 말했는데, 어째서 성범죄로 이들을 처벌할 수 없는 걸까.
그 이유는 현행 성범죄 관련 법 조항의 특성 때문이다. 형법부터 성폭력처벌법 등 모든 성범죄 관련 조항은 '사람을 대상으로' 범행했을 때 성립한다. 즉, 이번 사건처럼 '물건(스타킹)을 대상으로' 성적 행위를 했다면, 모든 처벌 조항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다.
최종적으로 검은 액체가 피해자의 신체 일부에 묻었더라도, 검은 액체를 뿌린 '1차 대상'이 사람이 아닌 이상 성범죄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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