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42)] 소장에는 무엇을 써야 하나?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42)] 소장에는 무엇을 써야 하나?
소제기와 소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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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제기하려면 소장이라는 서류를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소장을 접수한 법원에서 그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의 재판장은 먼저 소장을 심사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선달이 허생원이 판매하는 정수기 1천 대를 주문하여 3개월 뒤에 물건을 받고는 대금 10억 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서, 허생원이 김선달에게서 정수기 대금을 받으려고 이행소송을 하려고 한다. 소를 제기하려면 소장(訴狀)이라는 서류를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아마도 허생원은 소장에 "천하의 사기꾼 김선달을 매우 쳐서 혼쭐을 내고 판사 나리가 알아서 내 돈을 내놓으라고 판결해 주시오."라고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러나 소장은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다. 소장에는 ① 누가, ② 누구를 상대로, ③ 무엇을, ④ 왜 청구하기 위하여 소를 제기하는지를 써넣어야 한다.
우선 그 소송 당사자인 ① 원고 허생원과 ② 피고 김선달을 적어야 하는데, 당사자의 성명만 적어서는 누구인지를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주소도 적는 것이 보통이다. 당사자가 제한능력자여서 후견인 등의 법정대리인이 있으면 법정대리인도 반드시 적어야 한다. 그리고 허생원이 김선달에게 청구할 내용을 특정할 다음의 ③과 ④의 사항을 적어야 한다.
③ 허생원은 김선달을 상대로 어떤 내용의 판결을 신청하는지를 밝혀서 적어야 한다. 허생원이 소를 제기하는 목적은 정수기 대금 10억 원을 받되, 김선달이 늦게 지급할 경우에는 지연이자까지 받는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돈 10억 원과 이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할◇푼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구한다."라는 식으로 적는다. 소장의 결론인 이 부분을 청구취지(請求趣旨)라고 한다.
④ 다음으로 왜 그러한 청구를 하게 되었는지를 적어야 한다. 허생원이 김선달에게 정수기 1천 대를 판매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과 허생원이 계약에 따라 3개월 뒤에 정수기를 모두 인도한 사실, 김선달이 아직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적는다. 이러한 사실관계 이외에 김선달이 채무불이행이라는 위법행위를 했다는 법률적 주장도 적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적 및 법률적 주장을 청구원인(請求原因)이라고 한다.
확인소송, 예를 들어 이춘풍이 맹진사 집의 소유자가 자기라고 주장하여 둘 사이에 소유권 다툼이 생긴 소유권 확인 사건에서는 ① 원고 맹진사, ② 피고 이춘풍을 적고, ③ 청구취지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 소재 가옥이 원고의 소유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구한다.", ④ 청구원인에서는 맹진사가 그 가옥의 소유자임을 밝히는 사실관계, 즉 매수하였다든가, 증여받았다, 상속했다는 등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을 적는다.
형성소송, 예를 들어 김추월이 이춘풍과 이혼하려고 소송할 경우에는 ① 원고 김추월, ② 피고 이춘풍, ③ 청구취지는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는 판결을 구한다.", ④ 청구원인에서는 이춘풍이 저지른 민법상 재판상 이혼사유(부정행위, 심히 부당한 행위, 악의의 유기 등)에 해당하는 주장사실을 적는다.
소장에는 청구 금액에 따라 산출된 가액의 인지를 붙여야 한다. 그밖에 계약서 등 증거가 있으면 첨부하여 함께 제출한다.
과거에는 소장을 제출하려면 소장을 지참하고 법원에 가서 직원에게 접수시키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법원의 전산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전자문서의 형태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여 많이 편리해졌다.
소장을 접수한 법원에서 그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의 재판장은 먼저 소장을 심사한다. 즉, 당사자가 제대로 기재되어 있는지, 제한능력자의 법정대리인은 기재되어 있는지, 청구취지는 간단명료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청구원인에는 청구를 하게 된 사유가 잘 기재되어 있는지, 인지는 제대로 붙였는지 등을 심사한다. 만일 소장에 적을 사항이 빠졌거나 바르지 않게 기재된 것이 있으면 원고에게 보완하거나 수정하라고 명한다(보정명령). 이 명령에도 불구하고 보정하지 않으면 재판장은 소장을 각하한다. 그러면 소송은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난다.
소장은 탄원서나 신세타령, 투서가 아니다. 제대로 된 소장을 제출해야 이를 송달받은 피고가 방어를 준비할 수 있고, 법원도 소송을 지휘하고 내용을 심리할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