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실측까지 해줬는데"…집값 오르자 돌변한 매도인
"인테리어 실측까지 해줬는데"…집값 오르자 돌변한 매도인
잔금 한달 앞두고 '계약 파기' 통보…법원, '이행의 착수' 어디까지 인정할까

집값 상승을 이유로 계약 파기를 통보한 매도인에 맞서 매수인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중도금 없는 계약에서 인테리어 실측 등 매수인의 행위가 '이행의 착수'로 인정될지가 쟁점이다. / AI 생성 이미지
잔금일 한 달을 앞두고 집주인이 "집값이 올랐으니 계약금 두 배를 돌려주겠다"며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통보했다.
이미 이사 일정에 맞춰 전세 퇴거일을 조정하고, 매도인의 협조 아래 인테리어 실측과 계약까지 마친 매수인은 눈앞이 캄캄하다.
중도금 없는 계약에서 벌어진 이 분쟁의 핵심은, 과연 어디까지를 법원이 '계약 이행의 착수'로 인정해 매도인의 일방적인 변심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에 달렸다.
"매도인의 요청에 이사 날짜까지 바꿨는데…"
새집 입주를 꿈꾸던 A씨의 계획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3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7월 말 잔금을 앞둔 어느 날, 매도인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보가 날아들었다. 집값이 올랐으니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것.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줄 테니 없던 일로 하자는 말에 A씨는 눈앞이 아찔했다.
A씨는 이미 계약 이행을 위해 멀리 나아간 상태였다. 매도인이 원하는 일정에 맞추기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 퇴거일을 11월에서 7월 말로 앞당겼다. 새 집에 들일 가전과 가구 계약도 마쳤다. 주택담보대출 접수까지 끝낸 상황.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매도인의 협조를 받아 인테리어 실측을 진행하고 실제 공사 계약까지 체결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매도인 역시 자신의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돈을 주며 퇴거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법적 쟁점 '이행의 착수', 변호사들 의견은?
이번 분쟁은 '이행의 착수'라는 법률 개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민법 제565조에 따르면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지만, 이는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가능하다.
중도금 지급 약정이 없는 이번 계약에서 과연 A씨의 행동을 이행의 착수로 볼 수 있는지가 최대 쟁점이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A씨에게 다퉈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소송을 걸어볼 만한 사안으로 보입니다"라며 "이는 단순한 매수인의 내부 준비가 아니라, 매도인도 계약 이행을 전제로 움직였다는 정황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 역시 "매도인 스스로도 세입자에게 비용을 지급하며 퇴거 절차를 진행한 점은 양 당사자가 계약 이행을 향해 실질적으로 나아갔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황입니다"라고 힘을 보탰다.
즉, 매수인뿐만 아니라 매도인 측의 행동까지도 이행 착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신중론과 비관론도 존재한다. 법무법인 인 이지은 변호사는 "불리한 점은 잔금 지급일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 중도금 약정이 없으며, 인테리어 실측·가전가구 계약·대출 접수 등이 법적으로는 단순 준비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가장 비관적인 의견을 낸 문준홍 법률사무소의 문준홍 변호사는 "질의하신 사안의 경우 계약금 이외에 추가로 지급된 금원이 없는 바,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 등 진행시 패소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전망했다.
"시간이 생명… 즉시 가처분부터 신청해야"
소송의 유불리를 떠나 전문가들이 만장일치로 강조하는 것은 '신속한 초기 대응'이다. 매도인이 제3자에게 부동산을 팔아버리면 상황이 훨씬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매도인이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을 즉시 신청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동시에 내용증명을 통해 배액배상을 거절하고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우선 배액배상 수령을 명확히 거절하고, 잔금 지급 의사와 준비 가능성을 내용증명으로 표시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변호사들은 한발 더 나아가, 계약서에 금지 조항이 없다면 잔금 일부를 매도인 계좌에 송금해 '이행의 착수'를 명백히 함으로써 매도인의 해제권을 원천 차단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는 단순 시세 상승을 이유로 한 일방적 파기 시도에 대해 매수인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충분히 승소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시 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매도인이 집을 다른 곳에 팔지 못하게 묶어두고,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