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자 성폭행한 의대 교수를 위한 특별한 선처 사유 "병원에서 쫓겨나 죗값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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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자 성폭행한 의대 교수를 위한 특별한 선처 사유 "병원에서 쫓겨나 죗값 치렀다"

2020. 09. 15 15:45 작성2020. 09. 16 20: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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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성폭행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과대학 교수

1⋅2심 재판부, "파면되는 등 형사처벌 외의 측면에서도 죗값 치렀다"며 감형

일반 형사 판결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감형 사유로 선처를 받은 한 사람이 있다. 아니, 한 대학병원의 교수가 있다. /셔터스톡

"이 사건 이후 교수직에서 파면되는 등 형사처벌 외 측면에서 일정한 죗값을 치렀다."


일반 형사 판결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감형 사유로 선처를 받은 한 사람이 있다. 아니, 한 대학병원의 교수가 있다.


자신이 지도하던 수련의(레지던트)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교수 A씨.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얼마 전 풀려났다.


2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한 부분이 반영된 것. 그렇다고 해도 그의 판결문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한줄 한줄이 특이했다. 일반 형사 사건에서는 볼 수 없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거부할 수 없는 관계 이용해 술자리 불러낸 교수⋯이후 성폭행까지

의과대학 교수이자 대학병원 과장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3월 한 식당으로 자신의 레지던트 B씨를 불렀다. 장래 희망이 교수였던 피해자는 해당 대학병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던 A씨가 부르는 자리를 쉽사리 거부할 수 없었다. 술자리가 이어졌고, B씨가 만취하자 A씨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성범죄가 발생했다.


사건 직후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신고를 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A씨의 신고 과정에 대해 "피해자는 용기를 내 피해사실을 밝혔다"고 특별히 기록됐다. 집단적으로 공동생활을 하고 상명하복 문화가 다분히 남아있는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가 담당 교수를 고소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측면에서였다.


"해당 분야를 통해 사회의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해 왔다" 선처 이유로 삼아

지난 4월 열린 1심. 이 사건을 맡은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노재호 부장판사)는 A씨의 죄질이 나쁘다고 보았다. 노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이 사건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에 있음을 악용하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내린 처벌은 징역 3년. 이런 결정에 대해 노 부장판사는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었다.


"교수직에서 파면되는 등 형사처벌 외의 측면에서도 일정한 죗값을 치르게 됐다."

"해당 분야를 통해 사회의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해 왔다."


"초범이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은 여타 판결문과 다르지 않았지만, 위 두 문장은 다른 판결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여 1심 재판부가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선처해준 것이다.


성폭행했지만⋯'피해자 저항'에 멈췄던 것을 감형 사유로

법정 최저형을 선고받았지만 A씨는 즉각 항소했다. 2심은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태호 부장판사)가 맡았다.


지난 8월 나온 선고 결과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A씨는 1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지만, 2심에서는 합의에 성공했다. 피해자로부터 받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서도 제출했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김태호 부장판사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1심의 유리한 양형 사유를 그대로 열거했다.


"사회적 유대관계가 명확하고, 왜곡되거나 비정상적인 성 인식까지는 발견되지는 않는다"거나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교수직에서 파면되는 등 형사처벌 외의 측면에서도 일정한 죗값을 치렀다"는 등 이었다.


하지만 2심 판결문 속에서 특이한 점은 "피해자의 저항 등으로 범행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추가 한 것이다.


1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의 저항에 부딪혀 한 차례 범행을 중단했다가, 몇 시간 뒤 재차 시도해 결국 성폭행을 했다. 최종적으로는 범행을 완전히 중단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범행을 잠시 중단했다'는 점을 2심에서는 감형 근거로 삼은 것이다. 이런 점 역시 여타 다른 판결문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이례적인 논리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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