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친구가 내 전화번호를 사채 담보로?…'거짓말'만으론 처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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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친구가 내 전화번호를 사채 담보로?…'거짓말'만으론 처벌 어렵다

2026. 01. 06 10:1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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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실제 금전 피해 입증이 관건'…형사 고소·민사 소송 모두 '난관'

친한 친구가 사채 문제로 개인정보를 도용하고 '해킹'이라 거짓말한 사건이 발생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어느 날부터 날아온 정체불명 국제문자, 범인은 '절친'이었다…믿었던 친구에게 개인정보를 도용당한 A씨의 사연이 알려지며 법적 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어느 날부터 스팸함에 쌓이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국제문자. 발신자는 알 수 없었지만, 내용은 뜻밖에도 가까운 지인 B씨의 정보를 담고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A씨가 묻자 B씨는 "해킹당한 것 같다"며 둘러댔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문자는 계속됐고, A씨의 추궁 끝에 B씨는 "미안하다, 할 말이 없다"며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자신의 사채 문제에 A씨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A씨는 "거짓말까지 한 친구를 고소해 확실히 보상받고 싶다"며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해킹 당했다"더니…친구의 배신, 날아든 사채 독촉 문자


A씨의 사연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가장 친한 친구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사채업자에게 넘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해킹"이라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는 점은 더 큰 배신감을 안겼다.


A씨는 B씨의 거짓말과 그로 인해 겪은 정신적 고통까지 모두 보상받을 수 있는지, 승소가 확실한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의 답변은 A씨의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히 '거짓말'과 '신뢰 파괴'만으로는 친구 B씨에게 형사 처벌이나 민사상 거액의 배상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기죄' 될까?…변호사들 "재산상 이익 취득 없으면 어려워"


가장 먼저 검토되는 혐의는 사기죄다. 하지만 법무법인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속이는 행위)와 재산상 피해가 입증되어야 한다"며 "단순 거짓말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다른 변호사들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속여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친구 B씨가 A씨를 속인 것은 맞지만, 그 행위로 B씨가 A씨로부터 직접적인 재산상 이익을 얻었거나 A씨에게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사기죄의 구성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구체적 정황에 따라 사전자기록 위조나 사기 등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실제 금전 피해 발생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을 시사했다.


'정신적 피해' 보상받으려면…'불법행위'와 '손해' 입증해야


형사 처벌이 어렵다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할까. 이 역시 '입증'의 벽에 부딪힌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며, 특히 신뢰관계를 악용한 점은 배상액 산정에 있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액수는 통상적으로 크지 않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단순히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로 성립되기 어렵다"면서도 "지인이 고의적으로 귀하의 정보를 사채업체에 제공했거나, 귀하의 이름을 빌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을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B씨의 행위가 A씨에게 어떤 '구체적인 손해'를 끼쳤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승소 확실"은 금물…전문가들 "증거 확보 후 신중히 접근해야"


A씨는 "승소가 확실하고 보상금도 받을 수 있다면 고소하고 싶다"고 했지만, 법률 분쟁에서 '확실한 승소'를 장담하기는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소송보다는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다. 김경태 변호사는 "국제문자 내용, 대화 내용, 거짓말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진술 등을 잘 보관해야 한다"며 "이러한 증거들은 형사고소와 민사소송 모두에서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가호의 이진채 변호사 역시 "전화번호를 담보로 하며 수반된 구체적인 행동에 따라 죄명이 달라진다"며 사실관계 확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A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는 깊이 공감하면서도, 법적 절차를 밟기 전 실익을 따져볼 것을 주문했다. 실제 발생한 금전적 손해가 없다면 형사 고소나 민사 소송 모두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법적 대응에 앞서 친구 B씨와의 직접적인 합의를 통해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는 것도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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