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수 무죄 반전… 법원 "합리적 의심" vs 김지은 "피해자다움 강요"
오영수 무죄 반전… 법원 "합리적 의심" vs 김지은 "피해자다움 강요"
김지은 "과거의 낡은 기준 반복" 비판
법원 "기억 왜곡 가능성, 합리적 의심 배제 못 해"

오영수 /연합뉴스
배우 오영수 씨(80)의 강제추행 혐의 항소심 무죄 판결을 두고 피해자 측과 법원의 시각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 씨가 15일 공개석상에서 이를 비판하면서, 해당 판결은 단순한 유·무죄의 문제를 넘어 법리적 논쟁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1심 유죄가 2심 무죄로 바뀌기까지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씨는 당시 한 극단 단원인 여성 A씨를 강제로 껴안거나 볼에 입맞춤을 하는 등 두 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피해자의 일기장 내용과 상담 기관에서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다고 판단, 오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달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김지은 씨는 15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연극계 성폭력 판례 평석회'에 참석해 "사법부가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며 역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가 지적한 핵심은 법원이 '피해자다움'이라는 낡은 잣대로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했다는 점이다.
'합리적 의심'과 증명 책임
이번 무죄 판결의 결정적 근거는 형사소송법상 대원칙인 '합리적 의심의 배제'다. 항소심 재판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오염되거나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 외에 뚜렷한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진술의 세부 내용이 변하거나 객관적 정황과 일부 불일치하는 점을 들어 검찰의 증명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다.
'피해자다움'과 성인지 감수성
반면, 김지은 씨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대법원이 확립해 온 '성인지 감수성' 법리에 배치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정형화된 '피해자다움'을 기준으로 진술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0도6965).
김 씨는 법원이 언급한 '기억의 왜곡 가능성'이나 '피해자 태도에 대한 의구심'이 실질적으로는 피해자에게 완벽하고 정형화된 기억을 요구하는 '피해자다움'의 강요라고 지적했다. 과거 판례들이 피해자가 즉시 신고하지 않거나 범행 후 일상을 영위했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본 것과 달리, 이번 항소심은 진술의 미세한 공백을 엄격하게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결국 이번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상고심의 핵심은 하급심이 적용한 '엄격한 증명 책임'과 대법원이 강조해 온 '성인지 감수성 및 피해자의 특수성 고려' 사이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성범죄 재판에서 진술 증거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