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떼먹고 회사만 바꾼 사장, 새 회사에 돈 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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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떼먹고 회사만 바꾼 사장, 새 회사에 돈 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2026. 08. 13 09:0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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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소송 이겼지만 옛 회사는 '빈껍데기'…실소유주와 새 법인에 책임 묻기 나선 직장인

임금체불 소송 승소 후 회사가 빈껍데기가 되자, 직장인이 대표 개인 등을 상대로 '법인격 부인 소송'을 제기했다. / AI 생성 이미지

직장인 A씨는 임금 체불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해당 법인에는 재산이 한 푼도 없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기존 회사의 대표이사 B씨는 여러 관련 법인을 운영하며 여전히 사업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A씨의 임금채무가 발생한 이후 새 법인을 차려 브랜드와 사업을 옮긴 정황도 포착됐다.


A씨는 B씨 개인과 관련 법인들을 상대로 '법인격 부인 소송'을 냈지만, B씨 측은 법무법인을 통해 "책임이 없다"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승소 판결문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서 A씨는 체불 임금을 받아낼 수 있을까?


'이미 끝난 소송', '옛날에 만든 회사'…대표이사의 3가지 방어 논리


A씨는 실질적 지배자인 B대표와 관련 법인들을 묶어 법인격을 부인하고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인격부인론이란 회사는 개인(주주, 대표)과 별개라는 원칙의 예외로, 법인격을 방패 삼아 채무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법리다.


하지만 B씨 측 법무법인은 세 가지 논리로 A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첫째, 이미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법인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소의 이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둘째, 일부 관련 법인은 A씨의 임금채무가 발생하기 수년 전에 설립됐으므로 '채무 회피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셋째, A씨가 증거로 낸 홈페이지나 메신저 대화 캡처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형식적으로 부인했다.


"설립 시점보다 채무 면탈에 '이용'한 시점이 중요"


변호사들은 B씨 측의 주장, 특히 '채무 발생 전 설립' 주장은 법인격부인론의 핵심을 비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인 설립 시점보다 그 법인격을 채무 회피 수단으로 '남용'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강 허은석 변호사는 "관련 법인이 채무 발생 전부터 존재했다는 주장은 설립 시점만 강조한 것"이라며 "임금채무 발생 이후 기존 법인의 사업·자산을 넘겨받아 채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는지를 반박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으로도 법원은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회사를 새로 설립한 경우뿐 아니라, 기존에 있던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법인격부인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즉, 판단의 기준은 '설립 시점'이 아니라 채무를 면탈하려는 '남용 행위 시점'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채무 발생 이전 설립 여부 자체보다, 폐업 당시 경영상태, 자산상황, 자산의 무상 이전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므로 설립 시기 논리만으로는 방어가 어렵다는 취지의 재항변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돈·사람·거래처' 이동 흐름, 법원 명령으로 추적해야


A씨처럼 자산 이전의 직접 증거가 부족한 경우엔 법원의 증거조사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법원을 통해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문서제출명령, 사실조회 등을 신청해 B씨 측이 숨기려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자금 흐름은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신청을 통해 계좌 내역을 분석하는 것이 가장 명확하다"며 "거래처 이전은 법원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국세청 사실조회를 통해 세금계산서 발행 내역이 옛 회사에서 새 회사로 넘어갔는지, 건강보험공단 사실조회로 직원들의 소속이 이전됐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객관적 자료들은 A씨가 가진 캡처 증거의 증명력을 보강하는 역할도 한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는 "4대보험 취득·상실 내역으로 인력 이동을, 세금계산서와 매출 자료로 거래처 승계를, 계좌 거래내역으로 자금 이전을 각각 입증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고 짚었다.


불필요한 쟁점은 '취하'…선택과 집중도 전략


한편, B씨 측의 첫 번째 주장, 즉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법인'에 대한 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러 변호사가 전략적 후퇴를 조언했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기존 확정판결을 받은 법인에 대한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다는 주장이 타당할 수 있다"며 "해당 법인 부분은 취하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소송을 유지해도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 역시 "실무적으로는 기존 법인에 대한 소는 취하하고, 실제 자산이 넘어간 신설 법인과 대표이사 개인만을 피고로 남겨 재판에 집중하는 것이 전략상 유리하다"고 권했다.


불필요한 쟁점을 정리하고, 승소 가능성이 높은 핵심 피고(대표 개인, 신설 법인)에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소 취하는 다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되는 등 불이익이 따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의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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