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지키려 남긴 옷 몇 벌…'대항력 상실' 경고 쏟아졌다
보증금 지키려 남긴 옷 몇 벌…'대항력 상실' 경고 쏟아졌다
이사 급한데 연락두절 집주인, 세입자의 '묘수'에 변호사들 갑론을박

계약 종료 후 잠적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세입자가 짐만 남기고 이사하는 것은 대항력을 잃을 수 있어 위험하다. / AI 생성 이미지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집주인. 당장 이사는 가야 하는데, 전 재산인 보증금을 지킬 방법은 없을까?
한 세입자가 급한 마음에 “빈집에 옷가지 몇 개만 남겨두고 떠나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다수는 “대항력을 잃고 보증금을 날릴 수 있다”며 ‘임차권등기’를 강조했지만, 일부는 다른 해법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섰다.
“옷 몇 벌로는 어림없다”…압도적 다수의 ‘위험’ 경고
한 세입자의 절박한 질문에 대다수 변호사는 ‘절대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즉 보증금을 지킬 힘은 ‘실제 점유’와 ‘주민등록’이 모두 유지될 때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단순히 옷이나 신발 등 생활용품만 놓아두는 것으로는 법적 점유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법인의 이진훈 변호사 역시 “실거주 없이 옷·신발·식료품 몇 개를 남겨두는 정도는 통상 점유로 보기 어려워 대항력 상실 위험이 큽니다”라고 같은 의견을 냈다.
법률사무소 이야기 한진수 변호사는 한층 더 구체적인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특히 임대인이 연락 두절인 상태에서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려 할 경우, 소수의 짐만으로는 세입자의 배타적인 점유권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해 대항력을 상실할 위험이 큽니다”라고 지적했다.
“점유는 실질적 지배가 핵심”…소송이 먼저라는 반론도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다. 법무법인 도모의 강대현 변호사는 ‘점유’의 개념을 다르게 해석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짐의 양보다 실질적인 통제권이 중요하다고 봤다.
강 변호사는 “임차인이 이사를 준비하며 생활용품이나 짐의 상당 부분을 반출하였다고 하더라도, 비밀번호나 열쇠를 임대인에게 인도하지 않고 출입 및 관리 권한을 스스로 유지하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임차인의 점유는 여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임차권등기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사안에 따라서는 임차권등기 설정보다 소송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전략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라며, 상황에 맞는 다른 전략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보증금 지킬 최선의 방패막, ‘임차권등기’ 확인 후 이사하라
변호사들의 의견이 일부 엇갈렸지만, 보증금을 가장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패’로는 대다수가 ‘임차권등기명령’을 꼽았다. 특히 이사는 반드시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후에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임대인이 연락 두절인 상태에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다면, 반드시 임차권등기명령이 완료된 것을 확인한 후에 이사를 나가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핵심은 법원의 결정문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반드시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기재된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등기부등본에 공식 기록이 남아야만 이사를 가도 기존의 권리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등기는 끝이 아닌 시작…“소송 통해 비용까지 받아내야”
임차권등기가 만능열쇠는 아니다. 이는 권리를 보전하는 수단일 뿐, 돈을 직접 돌려받는 절차는 아니다. 법률사무소 온경 추민경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는 ‘권리 보전’ 수단일 뿐이라 보증금이 자동으로 반환되지는 않습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임대인이 계속 돈을 주지 않으면 결국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소송을 통해 판결문을 받아야만 임대인 재산을 압류하거나 주택을 경매에 넘겨 보증금을 강제로 회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는 추가적인 권리도 행사할 수 있다. 임승빈 변호사는 임차권등기 이후에는 보증금에 대한 연 12%의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고 했고, 안병찬 변호사는 소송에 들어간 변호사 비용까지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임차권등기는 내 돈을 되찾기 위한 긴 싸움의 출발선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