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상처 빌미 수천만원 요구…'정당한 권리'와 '공갈'의 경계
아이 상처 빌미 수천만원 요구…'정당한 권리'와 '공갈'의 경계
법원서 3%만 인정된 합의금…1년간의 압박, 죄가 될까?

자녀의 경미한 상해를 빌미로 한 부모가 수천만 원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행정청에 인격모독성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1년간 상대를 압박했다. / AI 생성 이미지
자녀의 경미한 상해를 빌미로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자 1년간 각종 공적 절차를 통해 '범죄자'라며 압박한 부모. 법원이 요구액의 3%만 인정하며 무리한 요구였음을 시사했지만, 피해 부모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이 행위가 과연 정당한 권리 행사를 넘어선 '공갈미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범죄자 낙인 찍혔다"…경미한 상처로 시작된 1년의 악몽
사건의 발단은 미성년 자녀 사이에 발생한 경미한 상해였다. 하지만 상대방 부모는 명확한 증거나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상식 밖의 요구를 거절하자, 그때부터 1년 넘게 집요한 압박이 시작됐다. 상대방은 행정청에 피해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인격 모독성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가능한 모든 공적 절차를 동원했다.
결국 사건은 민사소송으로까지 번졌지만, 법원은 상대방이 요구한 금액의 단 3%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임현수 변호사는 "민사소송 결과 상대방이 요구한 금액 중 극히 경미한 일부 금액만 판결로 인정된 점을 볼 때, 상대방의 청구가 매우 과도하고 부당했음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으로 판단됩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판결과 별개로 피해자는 1년간의 괴롭힘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깊은 상처를 입었다.
'공갈미수' 될까?…변호사들 "인정 문턱 높다" vs "심각한 범죄"
피해자는 상대방을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할 수 있을까? 법조계의 의견은 팽팽하게 맞선다. 일부 변호사는 강한 처벌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일권 변호사는 "상대방 부모가 경미한 상해로 수천만원 합의금을 요청하였다면, 공갈 미수죄로 고소 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고, 김준성 변호사 역시 "상대방의 행위는 공갈미수죄 등에 해당한다고 보여집니다. 매우 심각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됩니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다수의 변호사는 신중론을 펼쳤다. 하영우 변호사는 "현재 사정만으로 공갈미수 인정 가능성은 낮고, 무고나 명예훼손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라고 조언했다.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공포심을 유발할 만한 '협박' 행위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준 변호사는 "많이들 '과도한 금액 요구 = 공갈'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법적으로는 금전을 받기 위해 상대방에게 해를 가할 것처럼 위협했는지가 핵심입니다"라고 지적했다.
행정 절차를 이용한 압박이 외형상 '권리 행사'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명예훼손은 유력"…허위 사실 담긴 '의견서'가 핵심 증거
공갈미수죄의 높은 문턱 앞에서 변호사들은 다른 법적 대응 가능성을 제시한다. 바로 '명예훼손'과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상대방이 행정청 등에 제출한 서면에 담긴 '범죄자 취급' 발언 등이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김상훈 변호사는 "고소 준비 단계에서는 상대방이 행정청에 제출한 의견서와 서면 속 허위 사실들을 발췌하여 명예훼손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동훈 변호사도 "행정청에 제출된 서면의 내용과 전달 과정 등을 분석하여 명예훼손 형사 고소나 인격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 종합적인 법적 대응을 병행하여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비록 공갈죄로 처벌하기는 어려울지라도,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트랙 전략'이 해법?…까다로운 입증, 전문가 조력 필수
법조계의 엇갈리는 시선 속에서 피해자가 실질적인 구제를 받기 위한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공갈미수 혐의를 주장하되, 입증이 비교적 용이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함께 제기하는 '투트랙' 전략을 현실적인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의 행위가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닌 금전 갈취를 위한 불법적 압박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현수 변호사는 "이러한 입증 과정은 매우 까다로우며 상대방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방어를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하므로, 법률 전문가의 체계적인 조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라고 당부했다.
1년간 이어진 부당한 압박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