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내 휴대전화 들고 가버린 사람⋯'점유물이탈횡령죄' 일까, 절도죄' 일까
잃어버린 내 휴대전화 들고 가버린 사람⋯'점유물이탈횡령죄' 일까, 절도죄' 일까
일반적으로 대중교통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 가져가면 점유물이탈횡령죄

많은 사람이 주운 남의 물건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다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을 봅니다. /셔터스톡
고3 학생인 A 군이 동네에서 길을 가다 휴대전화를 주웠습니다. 그는 주운 휴대전화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순간적으로 나쁜 생각이 들어 그것을 팔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관은 그에게 점유물이탈횡령죄로 검찰에 넘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A 군은 휴대전화 주인이 처벌을 원치 않아도 무조건 검찰로 넘어가는 것인지, 아직 학생 신분인 자신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B 씨가 이틀 전 새벽 택시를 탔다가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습니다. 택시에서 내린 뒤 그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곧바로 경찰서에 분실물 신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로 계속 전화를 걸어 봤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B 씨가 탔던 택시의 내부 CCTV를 확인해보니 바로 뒤이어 탄 승객이 그의 휴대전화를 들고 내리는 영상이 찍혀있었습니다.
“길에서 남의 물건을 주우면 꼭 파출소에 갖다 주어야 한다. 그래야 착한 어린이가 되는 거야.”
아주 어릴 적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담임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심의 여지 없이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왔습니다. 그게 자신에게 도덕적 기준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그것은 단순히 도덕이나 윤리문제를 넘어선 문제였습니다. 주운 물건이라고 쉽게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좋은 일 한다고 주운 물건 돌려주었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법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좋은 일 하려다 낭패를 당한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C 씨가 길에서 지갑을 주워 ‘주인에게 보내주려고’ 우체통에 넣어줬는데, 며칠 후 경찰에서 연락이 와서 최초 발견자로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갑이 주인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로 넘겨져 점유물이탈횡령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지갑 안에 주인 연락처가 없어 배달되지 못한 것인데, 그 책임이 C 씨에게 돌아온 셈입니다.
또 의외로 많은 사람이 주운 남의 물건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다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을 봅니다. 이들 중에는 아직 사리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많아 주위를 안타깝게 합니다. 청소년들이 순간적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주운 물건을 사용했다가 법 앞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죄를 범하게 된 A 군 역시 그가 아직 미성년자이지만 범법행위에 따른 처벌을 면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법무법인(유) 명천의 최염 변호사는 A 군의 상담사례를 보고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여 송치한 후 검찰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최 변호사는 “아직 고3 나이여서 소년사건으로 분류될 수 있고, 합의가 이루어져 피해자가 처벌불원서 등을 작성하여 준다면 기소유예의 가능성도 있으니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법률사무소 태온의 김민찬 변호사는 “A 군이 아직 미성년자인 만큼 자신의 죄를 전부 인정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년사건’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이 경우 보호처분을 사회에서 받을지 아니면 일명 ‘소년원’이라 하는 시설에서 받을지 문제가 남는다”며 “보호처분 자체는 전과는 아니지만 수사기록이 남는다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점유물이탈횡령죄는 누군가가 잃어버린 물건뿐 아니라, 바다 또는 강 하천에 떠서 흐르는 물건, 땅속에 묻혀 있어서 누구의 소유인지 모르는 물건 등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는 범죄’(형법 제360조)를 말합니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과료를 물게 됩니다.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몰래 훔쳐 자신이 갖는 범죄’를 말합니다. 점유물이탈횡령죄와는 ‘불법영득의사 유무’로 구별됩니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남의 물건을 자기 것인 양 이용하고 처분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이 두 죄의 차이점을 쉽게 말하면, ‘주인 없는 물건인 줄 알고’ 주워 자신이 사용하거나 가졌다면 점유물이탈횡령죄가 되고, ‘남의 물건인 줄 알면서’ 훔쳐 가면 절도죄에 해당하게 됩니다. 그런 만큼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훨씬 무거워집니다.
그렇다면 B 씨의 상담사례에서는 어느 죄가 적용될까요?
법무법인 승우의 변형관 변호사는 “절도죄가 아닌 점유물이탈횡령죄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버스나 지하철에 두고 내린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져갈 경우, 기사가 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관리자의 점유가 시작되었다고 보지 않는 것이 판례이기 때문에, 택시기사가 이 휴대전화를 발견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가져간 것이라면 점유물이탈횡령죄가 성립된다는 설명입니다.
법무법인 승우의 김수현 변호사는 그러나 이와 견해를 달리합니다. 그는 “택시 안에서 휴대폰을 분실하였는데, 택시 안의 새로운 승객이 이를 가지고 간 경우 절도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요즘엔 CCTV나 블랙박스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유실물을 가져간 사람을 금새 찾아낼 수 있습니다. 유실물을 주우면 어릴 적 배운 대로 무조건 경찰서에 가져다주는 게 좋습니다.
경찰서에 신고할 경우 유실물법 제4조에 의해 유실물 가치의 2~5% 범위에서 보상을 받게 됩니다. 소유주가 6개월 이상 나타나지 않으면 습득해서 신고한 사람이 소유주가 됩니다.
습득한 사람이 소유주가 되었을 경우 3개월 내로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물건이나 돈은 국고로 귀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