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자매 성범죄 의혹 야학 교장, 구속영장 또 기각... 법원 "다퉈볼 여지 있다"
지적장애 자매 성범죄 의혹 야학 교장, 구속영장 또 기각... 법원 "다퉈볼 여지 있다"
1년간 지속된 범행 혐의에도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낮다' 판단
수사기관 소명 과제 남아

영장 심사 마친 뒤 호송차 탑승하는 장애인 야학 교장 /연합뉴스
지적장애인 자매를 성폭행 및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애인 야학 교장 최모(50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지난달 1차 기각에 이어 법원이 재차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중증 지적장애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싼 법리적 공방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지법 영동지원 강창호 판사는 17일 오후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위계·간음 등 혐의를 받는 최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기각 사유로 "범죄 혐의 중 다퉈볼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고,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춰볼 때 증거 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최씨는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간 자신이 운영하는 야학 교장실과 간부로 재직 중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20대 여성 A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매의 거주지를 방문해 A씨의 언니를 강제 추행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경찰은 지난달 한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당시에도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vs 피의자의 방어권, 법원의 판단 근거는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핵심 근거 중 하나인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는 향후 재판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에 따르면 구속을 위해서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최씨는 현재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지적장애인 피해자 진술의 특수성을 주목한다. 대법원은 지적장애 성인의 진술 신빙성을 판단할 때 아동의 경우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2918 판결). 또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을 경계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하지만 법원은 이번 2차 영장 심사에서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 사실이 확정적으로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지를 가지고 있으며 1차 기각 이후에도 수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점이 '도주 우려 없음'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인권보호수사규칙 제20조 역시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하며 혐의 부인만으로 증거 인멸 염려를 단정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월적 지위 이용한 지속적 범행 의혹, 불구속 수사 원칙에 가로막히나
피해자 측은 이번 기각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은 영장 심사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들이 최씨의 범행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피의자가 야학 교장이라는 우월적 지위에 있었고 범행 기간이 1년에 달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중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유사 판례에서도 지적장애인을 위력으로 간음한 경우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음을 명시한 바 있다(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4. 4. 10. 선고 2014고합25 판결). 특히 피의자가 장애인 관련 시설의 간부로서 피해자들과 지속적인 접촉이 가능하다는 점은 증거 인멸이나 2차 가해의 우려를 낳는 요소다.
법원의 2차례 영장 기각에 따라 수사기관은 향후 불구속 상태에서 최씨를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은 영장 기각이 혐의가 없음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3. 22. 선고 2021가합584716 판결), 두 번의 기각은 수사기관의 소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법원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향후 검찰사무규칙 제21조에 따른 보완 조사와 피해자 보호 조치가 어떻게 이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