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에 흔들린 하룻밤 대화, '통매음 헌터'의 덫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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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에 흔들린 하룻밤 대화, '통매음 헌터'의 덫이었나

2025. 12. 05 11:5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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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채팅서 만난 여성, '고소' 빌미로 500만원 요구... 변호사들 “전형적인 공갈, 역고소감”

오픈채팅에서 성적 대화를 유도 후 통매음으로 고소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헌터 피싱'이 기승이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호감의 대화가 500만원 협박으로... '통매음 헌터'의 덫, 변호사들 “역고소감”


설렘으로 보낸 메시지 한 통이 500만원짜리 '고소 협박'으로 돌아오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핑크빛 기대감은 경찰서 사진 한 장에 차가운 공포로 돌변했다.


이는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기승을 부리는 신종 '헌터 피싱'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드러났다.


“시키는 건 다 할게요”... 돌아온 건 '경찰서 갑니다'


사건의 시작은 한 오픈채팅방이었다. 한 남성은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시키는 거 다 하고 말 잘 들어요. 관심 있으시면 답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여성은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건넸고, 남성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는 대화를 이어가며 “미션도 받아요. 아무거나 시켜주세요”라고 말했지만, 여성의 반응은 싸늘했다. “네?”라는 반문이 돌아왔고, 남성이 “야한 거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면 이런 얘기 안 할게요!”라며 한발 물러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여성은 돌연 “지금 너무 놀라서 경찰이랑 상담 중인데 고소할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라며 남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남성은 당황했지만, 여성은 명확한 거부 의사 없이 되묻기만 해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500만원 주면 없던 일로... '수상한' 경찰서 영업시간


대화는 곧장 협박으로 이어졌다. 여성은 경찰서 내부로 보이는 사진과 함께 “고소할 테니 수고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겁에 질린 남성이 “잘못을 싹싹 빌고 피해 지원도 하겠다”고 사죄하자, 여성은 “500만원을 주면 신고하지 않겠다”며 본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남성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점을 직감했다. 저녁 6시가 넘은 시각, '경찰 영업시간이 7시까지'라며 입금을 재촉하는 것도, 경찰서 민원실 운영 시간과 맞지 않았다.


더욱이 그녀가 보낸 사진 속 '임시고소장'이라는 서류는 실제 경찰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용어였다. 이런 정황들이 모이자 남성은 이것이 단순한 고소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됐고, 결국 돈을 보내지 않고 법률 전문가들의 문을 두드렸다.


변호사 9인 중 8인 “전형적 공갈”...‘통매음’ 성립은 ‘글쎄’


남성의 사연을 접한 변호사들의 의견은 거의 일치했다. 상담에 참여한 9명의 변호사 중 8명이 여성의 행위를 '공갈' 또는 '헌터 피싱'으로 규정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상대방은 공갈범”이라며 “돈을 절대 입금하지 말라”고 단언했다. 옥민석 변호사 역시 “전형적인 헌터 피싱”이라며 “일상으로 돌아가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전형적인 '합의금 갈취형 악성민원' 수법”이라며 “오히려 상대방의 행위는 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성립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성이 상대 의사를 확인하려 했고, 거부 의사를 확인한 후 즉시 사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도 '채팅앱 특수성' 고려...오히려 '공갈미수'로 역고소 가능


법적 분석에 따르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처벌 조항)가 성립하려면 '성적 욕망을 유발할 목적'과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라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최근 법원은 익명 채팅 앱의 특수성을 고려해, 증거 수집 목적으로 대화를 유도한 정황이 보일 경우 무죄를 선고하는 추세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여성의 행위가 형법상 공갈미수죄(형법 제350조,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려다 미수에 그친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경찰 고소를 빌미로 공포심을 유발해 500만원이라는 거액을 요구한 행위는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명백히 넘어선 불법 행위라는 분석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상대방의 허위 주장을 근거로 먼저 경찰에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의 추가 범죄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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