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안 그런다더니…” 선처해줬더니 8번이나 뒤통수, 1억 2천만 원 받을 수 있을까?
“다시는 안 그런다더니…” 선처해줬더니 8번이나 뒤통수, 1억 2천만 원 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 “위약벌 약정 유효, 감액 막으려면 상대방 악의성과 피해 입증이 관건”

"다시는 안 그러겠다. 또 그런 일을 하면 그때마다 2,000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계속 약속을 어긴 사람에게서 얼마를 받아낼 수 있을까?/셔터스톡
눈물로 쓴 '2000만 원 각서' 믿었더니… 8번 배신당한 직장인, 1.2억 받을 수 있나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눈물의 약속을 믿었다. 직장인 A씨는 자신과 상사를 엮어 악성 루머를 퍼뜨린 동료를 용서하고 형사 고소를 취하했다. 그 대가로 받은 약속은 단 하나, '다시 이런 일을 벌이면 1회당 2,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카카오톡 각서였다.
하지만 A씨의 선처는 8번의 배신으로 돌아왔다. 가해자는 보란 듯이 사내 게시판에 똑같은 유언비어를 8차례나 더 올렸다. A씨가 6번에 걸쳐 "그만하라"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A씨는 가해자를 다시 고소해 벌금 200만 원의 형사처벌을 받게 했지만, 이걸로는 분이 풀리지 않았다.
이제 A씨는 형사 처벌과 별개로, 그 '2,000만 원 각서'를 근거로 총 1억 2,000만 원을 받아내기 위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과연 법원은 8번의 배신에 대한 대가로 1억 2,000만 원 전부를 인정해 줄까?
"카톡 각서도 엄연한 계약"… 변호사들이 '유효'에 무게 싣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면, A씨와 가해자가 맺은 약속은 법적으로 유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변호사들은 이를 단순한 합의가 아닌, 채무 불이행에 대한 벌칙 성격을 갖는 ‘위약벌(違約罰)’ 약정으로 해석한다. 위약벌은 계약 내용을 어겼을 때 손해배상과 별개로 부과하는 제재금이다.
이재성 변호사(법률사무소 장우)는 “작성한 합의 내용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기보다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벌칙의 성격을 갖는 위약벌 약정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심준섭 변호사(법무법인 심) 역시 “형사고소 취하라는 중요한 권리 포기의 대가로 성립했고,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동의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 명확한 증거가 존재해 위약벌의 유효성이 인정된다”고 분석했다. 즉, A씨가 가해자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 형사 처벌을 면하게 해준 대가로 맺은 약속이기에 그 구속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1.2억이 0원이 될 수도 있다?… '위약벌'과 '위약금'의 결정적 차이
이 소송의 운명은 법원이 A씨의 '2,000만 원 각서'를 둘 중 무엇으로 보느냐에 달렸다. 바로 '위약벌(違約罰)'이냐, '위약금(違約金)'이냐다.
쉽게 말해 위약벌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사적인 벌금'이다. 당사자 간의 약속을 존중하기에 법원이 원칙적으로 금액에 개입하지 않는다. 반면 위약금은 약속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금' 성격이 강하다. 이 경우 법원은 금액이 너무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민법 제398조 제2항).
결국 A씨의 1억 2,000만 원이 이름만 '위약벌'일 뿐 실질은 과도한 '위약금'이라고 법원이 판단하면, 액수는 대폭 깎일 수 있다. A씨가 전액을 받으려면 이 돈이 단순한 손해배상이 아니라, 악의적인 가해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벌칙'임을 판사에게 증명해야 한다.
김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대환)는 “사적자치원칙에 따라 정해진 합의사항에 우리 법원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목표는 전부 인정으로 하되, 현실적인 목표는 최소한의 감경으로 정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김전수 변호사(법무법인 한별) 역시 “형식적으로는 위약벌이라도 법원은 실질을 보아 과도한 부분은 줄일 수 있다”며 전액 인용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A씨에게 1억 2천만 원이라는 액수는 단순한 돈이 아니다. 이는 8번의 배신과 무너진 신뢰에 대한 최소한의 무게이자, 자신의 깊어진 우울증과 고통을 법적으로 인정받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의 '감액 가능성'은 A씨에게 가장 뼈아픈 지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감액 가능성이 낮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성준 변호사(법무법인 에스엘)는 “귀하의 사안은 위약벌 약정의 감액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매우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감액을 막기 위해서는 이 약정이 왜 필요했는지, 상대방의 행동이 얼마나 악의적이었는지를 법원에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배재용 변호사(예서 법률사무소)는 감액 방지 전략으로 “형사 고소 취하라는 특수 사정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합의한 점 반복 위반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우울증 치료 등)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신의 고통을 증명하라"… 판사를 설득할 '결정적 증거' 목록
결국 A씨가 1억 2000만 원에 가까운 배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얼마나 억울한지’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민경남 변호사(법률사무소 태희)는 “고소 취하 당시 상대방이 2000만 원 보상을 약속한 카카오톡 대화, 고소 취하에 감사하다는 메시지, 사내 게시판에 게시된 8회의 루머 내용, 6회 그만하라고 요구한 대화 기록은 위반 사실을 명확히 입증할 핵심 증거”라고 짚었다. 또한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입증하려면 병원 진단서, 심리 상담 기록 등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선처가 8번의 배신으로 돌아온 A씨의 싸움은 이제 법정으로 향한다. 이 재판은 단순히 1억 2천만 원의 향방을 가르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이 베푼 용서와 눈물로 한 약속의 무게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저울질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 법정의 저울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