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운동 못하게 하겠다며 '프로 골퍼' 여자친구에게 "유리컵 스스로 깨라" 강요한 男
[단독] 운동 못하게 하겠다며 '프로 골퍼' 여자친구에게 "유리컵 스스로 깨라" 강요한 男
동거하던 여자친구의 바람 의심하며 무차별적으로 주먹 휘두른 남자
염산으로 옷 태우고, 스스로 유리컵 깨도록 시키는 등 비상식적 행동
피해자가 '처벌 원하지 않는 배경' 담은 보고서 별도 제출됐지만⋯'처벌불원' 인정하며 감형
![[단독] 운동 못하게 하겠다며 '프로 골퍼' 여자친구에게 "유리컵 스스로 깨라" 강요한 男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607071665439213.jpg?q=80&s=832x832)
외도를 의심하며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무차별 폭행하고 협박한 남성. 골프선수였던 여자친구의 손까지 망가트리려 비상식적인 범행을 이어갔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이거 깨라. 너는 손을 아작 내서 골프를 못 치게 해야 해."
남자는 여자에게 쉴 새 없이 폭력을 쏟아냈다. 이미 며칠째 계속된 폭행에 만신창이였던 여성에게 남자는 유리컵을 쥐여줬다. 그리고 스스로 바닥에 내리쳐 유리를 깨라고 강요했다. 당연히 여자는 거부했다. 프로 골프 선수였던 여자에게 손만큼은 절대 다치지 말아야 할 곳이었다.
하지만 다시 남자의 무차별적인 폭행이 시작됐다. "자신의 말을 거역했다"는 이유였다. 계속되는 폭행에 못 견딘 여자는 스스로 유리컵을 쥐고 땅에 내려치기 시작했다. 유리컵은 산산조각이 났고, 여자의 손에서는 피가 뚝뚝 흘렀다.
사건은 한 달 전. 두 사람이 동거를 하면서 시작됐다.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남자친구 집으로 들어온 A씨의 불행이 시작된 건, B씨가 바람을 '의심'하면서부터였다.
B씨는 "다른 남자와 술집에 간 적 없느냐"며 느닷없이 물었다. 평소 A씨가 친구들과 연락하는 것 자체를 탐탁지 않아 했던 B씨. A씨가 아무리 "그런 적 없다"고 해도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길고 긴 추궁이 이어지던 중, B씨의 손이 A씨 얼굴 위로 날아왔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A씨. 그때부터 무자비한 구타가 시작됐다.
B씨는 쓰러진 A씨를 분풀이 대상처럼 마구잡이로 때렸다. 재판부가 "상식적인 범위를 넘는 잔인한 성향을 드러냈다"고 할 정도였다.
B씨의 폭력성은 재판부가 말했던 것처럼 보통 사람의 생각을 아득히 초월했다. 자기가 휘두른 폭행으로 A씨가 다쳐 병원에 갔을 때도 A씨를 때렸다. 병원에서 A씨는 도움을 요청할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이유는 '공포심' 때문이었다. A씨는 심리적으로 완벽하게 B씨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감금 되다 싶이 갇혀 있으며 폭행당하던 당시, B씨는 A씨가 보는 앞에서 염산을 꺼냈다. 그리고는 A씨의 속옷에 염산을 부었다. 일종의 경고였다. 이 밖에도 A씨가 B씨의 집에 들어오며 가져왔던 가방이며 신발, 옷가지 등이 모두 찢겨나갔다.
골프선수였던 A씨에게 분신과 같던 골프채도 눈앞에서 망가졌다. 망치로 골프채를 잘근잘근 부수는 그 모습을 보며 A씨는 공포에 떨었다.
다음 날, B씨는 A씨를 불러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 방법만이 자신에게 믿음을 주는 방법이라고 했다. 겁에 질린 A씨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약 800만원 가까운 돈을 빌렸지만, 그의 주먹질은 멈추지 않았다.
오랜 폭행에 A씨는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됐지만, 그녀의 입원 수속에 보호자로 동행한 건 B씨였다. 병원에서도 그의 폭행을 피할 수 없었다.
치료 후 깜빡 잠든 A씨를 향해 침을 뱉기도 하고. 휠체어를 탄 A씨를 끌고 다니며 수시로 머리를 때렸다.
그리고 "바람피운 것 잘못했다 해라" "삭발해라" "골프 그만두겠다고 말해라"는 등 A씨의 의사에 반하는 말을 하도록 강요했다. B씨는 그런 모습 휴대전화로 녹화했다.
A씨는 퇴원하는 그 날에도 지하 주차장에서 무자비하게 맞았다.
하지만 B씨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다는 듯, 집에 돌아온 A씨를 앉혀두고 유리컵을 쥐여줬다. "손을 아작내서 골프를 못 치게 하겠다"며 유리컵을 깨도록 했다. 당연히 거부했던 A씨는 쏟아지는 폭행을 견디다 못해 결국 유리를 스스로 깼다.
이런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지인의 집으로 도망간 A씨. B씨는 그곳까지 쫓아와 "네 친구들 다 죽여버린다" "내가 어떻게 하는지 봐라"라며 협박하며 집착을 이어갔다.
결국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된 B씨. 상해⋅특수재물손괴⋅강간⋅공갈 등 혐의만 10개였다.
올해 1월,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송승용 부장판사)는 "범행 방법이 매우 잔인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프로골퍼인 피해자가 더는 골프를 할 수 없게 하려고 스스로 유리 캔들을 깨도록 시킨 것을 지적하며 "피해자가 큰 공포감과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더불어 △강한 폭력 성향을 보이는 점 △이전에도 특수폭행 등 폭력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여러 차례 있는 점, △두 차례에 걸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도 있는 점이 불리한 정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3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이는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며 반의사불벌죄인 폭행과 협박 혐의가 기각되고, 양형 '감경 요소'로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 A씨의 처벌불원서가 진정한 의미에서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은 것'인지 불분명하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피해사실 진술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면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이 설득했지만 A씨는 수사기관에 나와 협조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A씨가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해 정리한 보고서를 따로 만들었고, 검찰을 거쳐 재판부에 제출됐지만 결과는 감형이었다.
B씨는 1심 선고 바로 다음 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였다. 검찰도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2심은 지난 5월 수원고법에서 열렸다. 재판을 맡은 제2형사부(재판장 심담 부장판사)는 B씨에 대해 "상식의 범위를 뛰어넘는 잔인한 성향"이라며 ""죄질이 불량하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사회에서 일정 기간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형은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 이유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가족들과 자녀에 대해 경제적 부양을 담당하고 있는 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새로운 양형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도 했다. 1심 판결문을 뒤집을 만한 자료를 검찰이 제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