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때나 "너는 부모가 없냐" 남의 부모 찾은 사람들의 최후
아무 때나 "너는 부모가 없냐" 남의 부모 찾은 사람들의 최후
세대 갈등 부추기는 막무가내 항변⋯판결문에서 찾은 그 말의 주인공들

"너는 부모도 없냐" 이 말을 외치는 사람들은 판결문 속에도 있었다. 대부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막무가내로 항변하면서 '그 말'을 외쳤다.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너는 부모도 없냐"는 외침은 어른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일부 사람들을 향해 쓰이곤 했다. 자기 부모를 생각해서라도 행동을 돌아보라는 취지였을 것. 그런데 요새는 이 말이 애꿎은 사람들을 몰아세우는 말로 통한다.
최근 2년간 나온 형사 판결문 속에서 상대방의 부모를 찾던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었을까? 상당수는 자신의 잘못은 생각 않고, 떼쓰듯 막무가내로 이 말을 꺼내쓰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이들은 형사처벌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인천의 모 경찰서 지구대에 한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할아버지 6명이 도로 위에서 몸싸움을 벌인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관은 이들의 다툼을 중재하며 귀가를 권고했다. 당시 경관으로부터 제재를 받던 이들 중 대뜸 욕설을 퍼부은 건 A씨였다.
A씨는 "너는 부모도 없냐. XX 새끼", "대가리를 부숴버리겠다"며 큰 소리로 욕설을 했고, 경관의 몸을 밀치며 폭행하기도 했다. 해당 경관은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해 민원을 처리했을뿐인데, A씨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인천지법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지만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그나마 벌금형에 그칠 수 있었던 건 피해 경관이 탄원서를 제출해준 덕분이었다.
또 다른 이는 이미 다른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있는 와중에, 다른 재소자에게 "부모도 없냐"며 가르치다가 법정에 섰다.
특수상해죄 등으로 징역 10월을 선고 받고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B씨. 그는 같은 방 안에 있던 20대 재소자와 말다툼을 벌였다. 피해자가 다른 재소자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 말에 엉뚱하게도 B씨가 발끈한 것이다.
B씨는 "너는 부모도 없냐"며 피해자를 다그치다가, 말다툼이 이어지자 곧장 멱살잡이를 했다. B씨에게 휘둘린 피해자는 방 안의 변기에 등을 부딪치며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지난 3월, 서울동부지법은 B씨에게 상해죄를 물어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당초 1심은 B씨에게 징역 3월을 선고했지만,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서 항소심에서 가까스로 형량을 줄일 수 있었다.
서로 나이가 지긋한 사이끼리도 이 말이 분쟁이 됐다. 지난 2019년 5월,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업무방해와 공동상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C, D씨에게 각각 벌금 250만원과 200만원을 선고했다.
80대인 피고인 C씨와 D씨는 피해자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법정에 섰다. 피고인들이 테이블로 직접 커피를 가져오라고 요구했지만, 피해자가 주문한 커피를 직접 가져가야 한다고 한 게 난동의 단초가 됐다.
피고인 C씨는 "내가 나이가 80인데 젊은 X이 XXX가 없다"며 "너는 부모도 없냐, 네 부모가 없었으면 너는 어디서 나왔겠냐"며 엉뚱한 화풀이를 했다.
근처 식당의 주인이 피고인 C씨를 제재하자 이번엔 그쪽으로 분노의 화살을 돌렸다. "너희 애인 사이냐", "네가 뭔데 난리냐"며 횡포를 이어간 C씨.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한 C씨는 피해자들의 가게 기물을 쓰러뜨리는 등 30분 넘게 소란을 피웠다. C씨와 함께 가게를 찾았던 친구 D씨도 함께 가세해 피해자들에게 폭행을 행사했다.
커피 한잔으로 시작된 난동. 나이만 앞세우던 이들은 결국 형사처벌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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