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3,900원이 찍어버린 '절도범' 낙인, 이 문제 해결한 변호인사들의 '투트랙 전략'
단돈 3,900원이 찍어버린 '절도범' 낙인, 이 문제 해결한 변호인사들의 '투트랙 전략'
무인매장 결제 실수로 절도 혐의
검찰 '형사조정' 제안에 담긴 진짜 의미와 최선의 대응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절도 혐의로 조사받으셔야겠습니다.”
경찰의 차가운 전화 한 통이 A씨의 일상을 뒤흔들었다. 몇 달 전 무인매장에서 3,900원짜리 물건의 바코드를 미처 찍지 못한 실수가 '절도 혐의'라는 족쇄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경찰 조사를 거쳐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는 A씨에게 '형사조정'을 제안했다. 결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재판까지 갈 수 있다는 공포, 조정을 받아들이면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될까 두려우면서도 사건을 조용히 끝내고 싶은 마음이 그를 고뇌에 빠뜨렸다.
실수인가, 절도인가 운명을 가를 '마음속 의도'
A씨가 가장 억울해하는 지점은 단돈 3,900원을 훔치기 위해 범죄자가 될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심장이 바로 형법상 절도죄의 성립 요건인 ‘불법영득의사(不法領得意思)’, 즉 ‘남의 물건을 내 것처럼 쓰려는 고의적인 마음’에 있다고 지적한다.
김기윤 변호사는 “절도죄는 고의가 핵심 요건”이라며 “훔치려는 의도 없이 단순 착오로 결제를 누락했다면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원의 판단은 엇갈린다. CCTV 영상 등 여러 정황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지만, 반대로 결제 오류 후 메모를 남기거나 일부만 결제된 사안에서는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판례도 존재한다.
검사의 제안, '함정' 아닌 '기회'인가
그렇다면 A씨는 검찰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까.
형사조정에 응하는 것이 무죄 주장을 포기하고 혐의를 인정하는 길은 아닐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며, 형사조정을 '전과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절호의 기회'로 삼으라고 입을 모은다.
조정 참여 자체가 유죄 인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실수에 대해 반성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끌어내는 데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유죄 판결이 아니므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아, 사실상 '전과 없는 사회 복귀를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조선규 변호사는 “고의가 없었더라도 형사조정에서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액과 적절한 위로금을 지급해 합의한다면, 사건을 조기에 끝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사과'와 '법리', 낙인 피할 최후의 카드
결국 현재 A씨에게 가장 현명한 전략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이는 '진심 어린 사과'라는 감성적 대응과 '치밀한 법리'라는 이성적 대응, 두 개의 축을 동시에 가동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축은 형사조정에 성실히 임해 점주에게 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하며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다. 만약 점주가 조정에 응하지 않더라도 두 번째 축이 남아있다.
전준휘 변호사는 “지금까지 맨몸으로 부딪혔다면, 이제는 법리라는 갑옷을 입을 차례”라고 강조했다.
피의자의 주장을 법리적으로 탄탄하게 정리한 변호인 의견서 한 장이, 검사의 마음을 불기소 쪽으로 돌리는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법률 논리에 맞춰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이 서류가 A씨를 '절도범'의 낙인에서 구해낼 최후의 카드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