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영상' 협박에 750만원…실제 영상 없어도 중범죄
'성매매 영상' 협박에 750만원…실제 영상 없어도 중범죄
년 전 약점 잡혔다면? '신고'와 '침묵' 사이, 전문가들의 엇갈린 조언

‘성매매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허위 협박에 한 남성이 750만 원을 뜯겼다. / AI 생성 이미지
"성매매 동영상을 지인에게 유포하겠다"는 전화 한 통에 750만 원을 보낸 남성. 범죄 조직은 그의 계좌 잔고부터 대출 가능액까지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돈을 뜯어냈다.
실제 영상이 없어도 협박만으로 중범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신고 실익'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2년 전 성매매가 현재의 공포가 된 사건의 법적 쟁점과 해법을 심층 취재했다.
“계좌 다 까봐라”…전화 한 통에 750만원 뜯겼다
어느 날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A씨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A씨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며 "약 2년 반 전 출장안마를 부른 사실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동영상을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 A씨는 협박범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범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통장 잔고와 전체 계좌 내역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고 지시했고, 카드사 앱에 접속해 장단기 대출 가능 금액까지 확인해 보고 하도록 했다. A씨는 이런 식으로 총 750만 원을 보냈다.
돈을 받은 범인은 "서버실에 가서 포렌식으로 지웠으니 일상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남겼지만, A씨는 언제 다시 협박 전화가 걸려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영상 없어도 범죄? 대법원 “해악 고지만으로 성립”
이 사건과 같은 성매매 협박 범죄의 핵심은 '실제 동영상의 존재 여부'다. 많은 피해자가 영상이 진짜일 것이라는 두려움에 돈을 보내지만, 대부분은 허위 협박인 경우가 많다.
법원은 설령 영상이 없더라도 범죄 성립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상대방의 행위가 명백한 '공갈죄'(형법 제350조)에 해당하며, 이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라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실제로 촬영, 제작, 복제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바 있는 촬영물 등을 방편 또는 수단으로 삼아 유포가능성 등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이상 위 죄가 성립할 수 있고, 반드시 행위자가 촬영물 등을 피해자에게 직접 제시하는 방법으로 협박해야 한다거나 협박 당시 해당 촬영물 등을 소지하고 있거나 유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도17896 판결).
즉, 범인이 실제 영상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겁을 줘 공포심을 일으켰다면 그 자체로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죄'가 성립한다는 의미다.
"신고해야" vs "실익 없다"…변호사들의 엇갈린 조언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려야 하는지를 두고는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적극적인 법적 대응으로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빠른 고소가 중요합니다. 고소를 먼저 하신다면 성매매는 문제되지 않고, 공갈피해자로만 사건이 진행되게 할 수 있습니다"라며 신속한 고소를 촉구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 역시 성매매 처벌 가능성에 대해 "의뢰인께서 비록 성매매를 하였다 하더라도 성매매 초범이라면 변론을 통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며 신고를 통해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형사 고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신중론을 펴는 의견도 있다. JY법률사무소 김정환 변호사는 "형사 고소를 권하지 않습니다"라고 단언하며 "이 사건 가해자들이 검거될 확률이 너무 낮습니다"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피해 진술로 성매매가 입건되거나 처벌될 확률은 거의 없음에도, "그럼에도 종합적으로 고소를 하지 않는 것이 문의자에게 더 나은 선택이 되리라 보여집니다"라고 덧붙이며 고소의 실익이 낮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 만장일치 “추가 입금은 절대 금물”
고소의 실익에 대한 의견은 갈렸지만, 모든 전문가가 만장일치로 강조하는 철칙은 단 하나였다. 바로 '더 이상의 추가 송금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홍림 김남오 변호사는 "더 이상의 추가 입금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반향 정찬 변호사 역시 "상대방의 공갈행위로 보이기에 상대에게 돈을 건네면 안 됩니다"라고 경고했다.
김경태 변호사 또한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금전 갈취이므로, 더 이상의 금전 지급은 절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협박에 굴복해 돈을 보내는 순간, 범죄의 표적이 되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