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아빠는 짐승" 세 자매에게 '가짜 기억' 심은 교회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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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아빠는 짐승" 세 자매에게 '가짜 기억' 심은 교회 관계자들

2026. 02. 05 11:5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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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무고죄 성립 안 돼" 대반전

'허위 기억 증후군' 인정한 사법부, "사실은 가짜이나 처벌할 고의는 없었다" 논란의 무죄 확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친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세 자매의 충격적인 고소 뒤에는 교회의 '선지자'들이 있었다. 교회 장로이자 검찰 수사관인 A씨와 그의 부인 권사 B씨, 그리고 집사 C씨는 신도들 위에서 신비로운 능력을 과시하며 군림해 왔다.


이들은 세 자매에게 "너희들이 4~5살 때부터 친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당하는 환상을 보았다"며 반복적으로 거짓 기억을 주입했다.


이들이 세 자매의 기억을 조작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종교적 갈등이 깔려 있었다. 자매의 가족들이 해당 교회에 대해 이단 의혹을 제기하자, A씨 일당은 가족의 결속을 끊고 친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해 성폭행범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로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님의 은혜로 환상을 본다"는 이들의 말에 세 자매는 점차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며 결국 2019년 8월, 친부를 허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1심 징역 4년에서 무죄로… '미필적 고의' 입증의 벽 높았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자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1심은 피고인들이 암시와 유도, 집요한 질문을 통해 허구의 기억을 주입했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성폭행 피해가 허위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와 B씨에게 징역 4년, C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판단은 180도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성폭행 피해 사실 자체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게 '무고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왜곡된 종교적 신념에 빠져 실제로 그 허위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적 오해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사법부가 인정한 '허위 기억 증후군'… 성폭력 수사 패러다임 바뀔까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허위 기억 증후군의 존재를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법조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상담 과정에서 가해지는 암시와 유도가 인간의 기억을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 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자가 '허위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단순히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종교단체나 상담소 내에서 벌어지는 부적절한 상담 활동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묻는 기준이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성폭력 무고 사건에서 피고인의 주관적인 인식 상태를 어떻게 증명하느냐가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무죄 판결의 결정적 이유, '믿었다면 죄가 안 된다?'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의 핵심 법리는 무고죄의 '미필적 고의'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5도4642 판결 등)에 따르면 무고죄는 타인을 형사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할 때 성립하며, 신고자가 그것이 진실이라는 확신 없이 신고할 때도 고의가 인정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의 '왜곡된 성 가치관'과 '부적절한 상담 방식'은 질타하면서도, 그들이 종교적 신뢰 관계 속에서 피해 사실을 실제로 믿었을 정황이 크다고 보았다.


즉, 객관적으로는 거짓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진실이라 믿고 고소하도록 유도했다면 무고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성폭력 사건 수사에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뿐만 아니라, 진술 형성 과정에 개입된 외부적 요인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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