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서류에 무단 해제된 임차권등기…HUG, 피해 세입자에 책임 묻나
위조 서류에 무단 해제된 임차권등기…HUG, 피해 세입자에 책임 묻나
위조 서류에 뚫린 전자소송
본인 확인 없는 임차권등기 말소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18일 S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법원 전자소송 시스템에서 임차인 본인의 직접적인 확인 절차 없이 임차권등기 말소 신청이 접수·처리될 수 있는 구조적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집주인 측 법무사가 세입자 명의의 서류를 위조해 제출했음에도 시스템은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임차권등기가 무단으로 말소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2021년 전세보증금 1억 4,8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A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보증금 전액을 지급받았고,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유지를 위해 법원에 임차권등기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후 A씨는 HUG로부터 자신이 신청하지 않은 임차권등기명령이 해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확인 결과, 집주인 측 법무사가 A씨의 도장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위조해 '임차권등기명령 해제신청서'와 위임장을 전자소송 시스템에 업로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배경에는 현행 전자소송 시스템의 본인확인 구조가 있다.
임차권등기명령 해제 신청 시 임차인 본인의 직접적인 전자서명을 강제하지 않고, 제출 대리인인 법무사나 변호사가 본인의 공동인증서로 서명하면 접수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혐의없음 처분 받은 위조 행위…전자문서의 법리적 한계
실제로 이번 A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집주인 측 법무사의 위조 행위에 대해 두 차례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과거 관련 사건을 맡은 부산지방법원은 시각적 방법에 의해 이해할 수 없는 전자파일 자체는 형법상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존 판례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한글 프로그램에 도장 이미지를 삽입해 업로드한 전자파일은 형법상 사문서위조죄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엉뚱한 곳 향한 HUG 구상권…세입자 책임 묻기 어려워
설상가상으로 HUG 측은 A씨에게 기지급된 전세보증금에 대한 구상권 청구 가능성을 언급했다.
HUG 관계자는 "현재 관련 형사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소송 경과와 확정 판결 결과를 검토한 뒤 후속 절차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HUG가 임차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택도시기금법 제26조 및 민법 제441조 이하의 수탁보증인 구상권 규정 취지에 따르면, 전세보증보험의 피보험자는 임차인이며 주채무자는 임대인이다. 따라서 구상권의 원칙적인 상대방은 주채무자인 임대인으로 해석된다.
물론 임차권등기가 무단 말소됨에 따라 HUG가 민법 제481조(변제자대위)에 기해 취득한 대항력 등 담보적 권리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상권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필요하다. 말소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은 피해자 A씨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법리적 타당성이 부족하다.
실질적 구제는 임대인·위조자 향해야…말소 절차 보완 시급
임차권등기가 위조 서류에 의해 무단으로 말소되었다 하더라도, 이에 관여하지 않고 귀책사유가 없는 임차인에게 법적 근거 없이 구상권을 주장하는 행위는 공사의 설립 목적에 반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이나 강요 등의 문제가 제기될 소지도 있다.
결과적으로 HUG의 실질적 구제는 임차인이 아닌 본래의 주채무자인 임대인을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 그리고 위조 행위를 저지른 법무사 등을 상대로 한 민법 제750조(불법행위) 기반의 손해배상 청구로 진행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하다.
전자소송 이용률이 증가하는 만큼, 임차권등기명령 해제처럼 세입자의 권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절차에 대해서는 본인 직접 인증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