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책임진다' 인감까지 찍어준 중개사…집주인이 페이퍼컴퍼니, 돈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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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책임진다' 인감까지 찍어준 중개사…집주인이 페이퍼컴퍼니, 돈 받을 수 있을까?

2026. 08. 20 12:2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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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사 동의 없는 계약으로 명도소송 처지…계약서 속 중개사 연대책임 문구가 변수

신탁사 동의 없는 계약으로 집을 비워줄 위기에 처한 세입자는 보증금 회수가 막막한 상황이다. / AI 생성 이미지

3년 계약으로 오피스텔에 입주한 A씨는 계약 기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집을 비워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집주인이 신탁사의 동의 없이 임대차 계약을 맺은 탓에, 신탁사로부터 명도소송을 당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임대인인 위탁회사는 실재산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상황. A씨의 보증금 3000만 원은 공중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한 줄기 희망이 남아 있었다.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을 회사와 연대책임진다'는 문구를 직접 써넣고 인감도장까지 찍어준 것이다.


A씨는 과연 이 약속을 근거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주인'은 신탁사…동의 없는 임대차, 법적 보호 못 받는다


A씨는 올해 3월 보증금 3000만 원, 계약기간 3년으로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최근 법원으로부터 건물을 비워 달라는 명도소송 소장을 받았다. 해당 부동산이 신탁사에 신탁된 재산인데, 임대인이 신탁사 동의 없이 세를 놓은 것이 문제였다.


법적으로 신탁등기된 부동산의 소유자는 수탁자인 신탁사다. 따라서 신탁사 동의 없이 위탁자(원래 집주인)와 맺은 임대차 계약은 신탁사에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이는 대법원 판례로도 확립된 법리다.


변호사들 역시 A씨가 명도소송에서 이기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신탁 부동산에서 신탁사 동의 없이 체결된 임대차는 신탁사에 대항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명도 자체를 막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도 "수탁자(신탁사)에게 대항력이 없어, 신탁사가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점유를 지킬 법적 근거는 약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관건은 집을 비워 주더라도 보증금을 어떻게 회수하느냐다.


실익 없는 회사 약속, 희망은 '중개사 연대책임' 문구


A씨의 임대인인 위탁회사는 명도소송이 걸린 후 A씨에게 '퇴거 시 보증금을 반환한다'는 내용의 공적증서를 써줬다. 하지만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책임은 거부했고, A씨는 이 회사가 실질적인 재산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들은 계약서에 중개사가 직접 기재하고 인감까지 날인한 '연대책임' 문구에 주목했다.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임대인보다 자력이 있는 중개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것이 훨씬 실익이 크다는 분석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해야 할 가장 실익 있는 주체는 공인중개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개사가 작성한 연대책임 확인서와 인감도장 날인본은 명백한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세림 오치원 변호사 역시 "중개사가 계약서에 인감도장을 날인하고 보증금 반환을 회사와 연대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다면, 별도의 보증채무가 성립했는지 검토할 가치가 크다"고 봤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중개사는 계약서 수기 문구와 인감 날인으로 연대책임 근거가 마련돼 있다"며 "중개사 및 소속 공인중개사협회 공제까지 청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명도 판결 기다릴 때 아니다'…재산 가압류 등 즉시 조치해야


변호사들은 A씨가 명도소송 결과만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보증금 채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사전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현재는 위탁회사의 예금, 매출채권 등과 중개사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 가능성을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리면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송명호 법률사무소 송명호 변호사는 "퇴거 시 위탁회사와 중개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되, 재산 은닉에 대비하여 사전 보전처분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변호사들은 A씨가 보증금을 회수하기 위해 위탁회사와 공인중개사, 나아가 중개사가 가입한 공제조합까지 공동 피고로 삼아 소송을 준비해야 한다고 봤다. 그리고 소송에 앞서 이들의 재산을 묶어두는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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