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집에 가압류, 월세는 어쩌나?
살던 집에 가압류, 월세는 어쩌나?
1.2억 보증금 지키기, 전문가 8인의 생존 지침서

월세 살던 집에 가압류가 걸렸을 때, 월세를 계속 내야 하는 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 AI 생성 이미지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가압류 통지서. 반전세 보증금 1억 2천만 원이 걸린 집에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세입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당장 월세를 끊어야 할지, 소송을 시작해야 할지 전문가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하지만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 ‘이것’ 만큼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다.
"월세, 멈춰도 될까?"…전문가들의 엇갈린 처방
집주인의 채무 문제로 집에 가압류가 걸렸을 때 세입자의 가장 큰 고민은 단연 '월세'다. 보증금도 못 받을 판에 월세를 계속 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갈렸다. 법률사무소 새결 김태환 변호사는 "월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은 집주인의 동의를 받으실 필요는 없습니다"라며 비교적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다수의 변호사는 신중론을 펼쳤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 월세 지급을 중단하면 오히려 임차인이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 이후 분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이푸름 변호사 역시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의로 보증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은 차임 연체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며 섣부른 중단을 만류했다.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제3의 대안도 제시됐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월세를 법원에 맡기는 '공탁'을 제안하며 "공탁을 하면 월세 미납 책임을 피하면서 보증금 보호도 함께 도모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법률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재산 상태가 불안해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것이 명백할 때 월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불안의 항변권' 행사도 검토할 수 있지만, 이는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송은 아직 일러…'계약 해지 통보'부터
불안한 마음에 당장 보증금 반환 소송을 시작하고 싶겠지만, 전문가들은 계약 기간이 남은 현시점에서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HB & Partners의 이충호 변호사는 "가압류가 설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임대차 계약이 즉시 해지되거나 보증금 반환 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당장 반환 소송이나 지급명령을 신청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다만, 묵시적으로 계약이 연장된 상황이라면 길은 있다. 이충호 변호사는 "현재 묵시적 갱신 상태이므로 귀하는 임대인에게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으며,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해지 효력이 발생하여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내용증명 등을 통해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 의사를 명확히 통보하고, 3개월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법적 절차(지급명령 또는 반환 소송)를 밟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절대 이사 금지"…보증금 지킬 최후의 보루
월세 납부나 소송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지만, 모든 전문가가 만장일치로 강조한 '철칙'이 있었다. 바로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기 전까지는 절대로 이사를 가거나 주민등록을 옮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압류보다 먼저 전입신고를 마쳐 확보한 '대항력(집주인이 바뀌어도 계약을 주장할 권리)'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지켜줄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만약 부득이하게 이사를 해야 한다면, 유일한 해법은 '임차권등기명령'이다. 법원의 결정을 받아 등기부등본에 세입자의 권리를 새겨두는 이 절차를 마쳐야만,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경매 시 먼저 돈을 받을 권리)이 유지된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반드시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완료한 뒤 이사하셔야 보증금 보호가 유지됩니다. 임차권등기 없이 이사하면 대항력을 잃어 보증금 회수가 매우 어려워집니다"라고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법무법인 쉴드 이승현 변호사 역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핵심 조치로 이를 꼽았다. 그는 "경매로 회수할 전망이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받아야 이사 후에도 대항력과 배당권을 유지합니다. 이를 하지 않고 이사하면 보호가 약해질 수 있으니 유의하십시오"라며, 섣부른 이사가 보증금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