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차고 야간 외출제한 받은 성범죄자 "회식하고 있어서 지금 집에 못 가요"
전자발찌 차고 야간 외출제한 받은 성범죄자 "회식하고 있어서 지금 집에 못 가요"

법원이 부과한 외출제한 준수사항을 어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지난 2년간 총 14건이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6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A씨. 그의 생활은 이전처럼 자유로울 수 없었다. 법원이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출소 후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집 밖으로 외출하지 말라'는 준수사항도 지켜야 했다.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였다.
하지만 A씨는 이러한 법원의 명령을 가볍게 어겼다. 이유는 사소하고 다양했다. 예비 장인을 만나거나, 놀이공원에 놀러 가는 등 9차례였다. 이에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이주영 판사는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A씨처럼 법원이 부과한 외출제한 준수사항을 어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지난 2년간 총 14건이었다.
우리 법원은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성폭력이나 미성년자 유괴, 살인, 강도 등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때 준수사항도 부과할 수 있는데, '특정 시간대의 외출제한'(제9조의2 제1항 제1호) 등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외출제한' 준수사항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39조 제3항).

이렇게 외출제한 준수사항이 부과된 14명의 피고인들의 혐의는 가볍지 않았다. 대부분 성범죄, 특히 특수강도강간이나 강간치상 등을 저질러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았다. 대부분 다시 성폭력 범죄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된 경우다. 이에 매일 특정 야간 시간대(23:00~06:00 혹은 00:00~06:00)에 외출도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 피고인(14명) 중 10명은 한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준수사항을 위반했다. 가장 많았던 위반 횟수는 17회로, B씨 사건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죄로 3년간 복역한 B씨. 출소 후 전자발찌 부착과 함께 야간 외출제한 명령도 내려졌지만, 그는 이를 가볍게 어겼다. 담배를 구입한다며, 공원 산책을 한다며 집 밖을 나섰다. 이에 B씨를 담당하는 보호관찰소가 경고를 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B씨에게는 다시 실형이 선고됐다. 징역 1년이었다. 이는 실형이 선고된 5명의 피고인 중 가장 높은 수위다. 대다수의 피고인(8명)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고, 징역이 선고된다고 해도 평균적으로 약 8개월이 선고됐다.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다. B씨가 착용하고 있던 전자장치 16차례 훼손하거나 버린 혐의로 이미 징역을 살았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 그런데 이 일로 출소한 지 3일 만에 또다시 외출제한을 어기기 시작했고,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서산지원 박상권 판사는 "경각심이 심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3월, 징역 1년 및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B씨는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그 외에도 강간치상죄로 12년간 복역한 C씨는 6차례에 걸쳐 외출제한을 위반했다. 그는 보호관찰관의 경고 전화에 "잡으러 와 봐라"라고 말하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결국 이 일로 재판에 넘겨진 C씨. 그런데도 그는 반성하지 않고 또 외출제한 시각에 집 밖을 나섰다.
이에 대해 창원지법 마산지원 강지웅 부장판사는 "(이 일로) 공소 제기되었다면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준수사항을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에도, 자숙하지 않고 또 외출제한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D씨는 지난 2002년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도강간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 2019년에도 강간미수로 재판을 받았고,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성범죄로 '습벽'이 인정된 경우였다. 이에 출소 후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매일 23:00경부터 다음 날 06:00경까지 주거지 이외로의 외출을 삼갈 것'이란 준수사항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D씨는 이런 법원의 말을 어겼다. 이유는 '회식'이었다. D씨를 담당하던 보호관찰관이 "23시까지 귀가하라"는 전화까지 했지만, 그가 집에 돌아온 시간은 23시 55분이었다.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김동희 판사는 "다시 성폭력 범죄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받았고 범죄예방을 위해 외출제한 준수사항을 부과받았음에도 자숙하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또한, 누범 기간중에 이런 일을 벌인 것 역시 불리한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반성하고 있고 △위반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으며 △범행(외출제한 미준수)을 한 경위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을 고려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중 가장 높은 액수였다.

나머지 피고인 7명은 10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부분이 준수사항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 다만,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사건 이전까지 준수사항을 비교적 성실히 준수한 점 등이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됐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30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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