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끼리 젖꼭지 꼬집고 "X따먹고 싶다" 법의 심판대에 오른 직장 내 동성 성추행
남자끼리 젖꼭지 꼬집고 "X따먹고 싶다" 법의 심판대에 오른 직장 내 동성 성추행
30대 남성, 직장 사수 고소
'성적 수치심'이 강제추행 핵심, 회사의 '사용자 책임'도 쟁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남자끼리 젖꼭지를 꼬집는 장난? 법원은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이 판단 기준이라며 '명백한 강제추행'이라 답했다.
30대 남성 A(31)씨에게 직장 생활은 악몽이었다. 직속 사수인 B(33)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후부터였다. A씨는 업무를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자신을 괴롭힌 B씨를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성범죄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란 세간의 편견에 맞선 그의 싸움이 시작됐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지옥이었습니다" 30대 남성의 눈물 섞인 고소
A씨의 하루는 B씨의 손길을 피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B씨는 수시로 A씨의 젖꼭지를 꼬집고, 어깨나 등을 만지며 불쾌한 신체 접촉을 이어갔다. "너한테서 좋은 냄새가 난다"는 말은 예사였고, 급기야 "X따먹고 싶다"는 식의 성적 모욕감과 혐오감을 주는 폭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A씨는 결국 회사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그는 정든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
퇴사 후 A씨는 용기를 내 지난 8월 B씨를 강제추행 및 모욕 혐의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의 손에는 그간의 피해 사실을 날짜별로 정리한 기록과 B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들려 있었다.
"성별은 무관, '성적 수치심'이 핵심" 법의 잣대는 단호했다
'남자끼리의 신체 접촉도 강제추행이 될까?' 많은 이들이 갖는 의문이다.
법조계의 대답은 단호하다. '그렇다'이다. 우리 형법이 규정하는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가해자의 성별이나 성적 지향과 무관하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법률사무소 신임의 박교현 변호사는 "젖꼭지를 꼬집는 행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행위로 명백히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고 잘라 말했다.
법률사무소 예준의 신선우 변호사 역시 "가해자에게 성적인 목적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라면 추행으로 본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라고 설명했다.
"카톡, 지우셨어요?" 피해 기록이 가해자의 목을 겨눈다
밀실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의 특성상, 물증 확보는 재판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열쇠다. A씨가 차곡차곡 모아온 카카오톡 대화와 상세한 피해 일지는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가해자가 범행을 시인하거나 변명하는 내용이 담긴 대화는 혐의를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라며 "날짜별로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정리한 기록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비약적으로 높인다"고 강조했다. 흩어진 기억의 조각을 꿰어 맞춘 논리적인 증거가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힘이 되는 셈이다.
책임은 회사도 '사용자 책임'이라는 또 다른 칼날
A씨의 싸움은 가해자 B씨 개인에 대한 형사 처벌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B씨와 회사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법의 칼날은 회사를 향한다. 바로 '사용자 책임(민법 제756조)'이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이주한 변호사는 "회사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을 알고도 피해자 보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예방 교육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가 퇴사 전 회사에 피해 사실을 알린 만큼, 당시 회사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가 책임 유무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남성 피해자라는 특수성을 넘어, 모든 사업장에 직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관리·감독할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다시 한번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