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내 소송을 강제로 조정에 넘겼습니다, 재판에서 질 징조일까요?
판사가 내 소송을 강제로 조정에 넘겼습니다, 재판에서 질 징조일까요?
300만원 위약금 소송 걸며 '조정 거부'했는데
상대는 변호사 선임, 불리한 신호일까

위약금 청구 소송에서 조정을 거부했음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정에 회부한 것은 패소 암시가 아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B씨를 상대로 300만 원의 위약금 청구 소송을 냈다.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금 10배'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소송을 제기하며 '조정절차에 회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항목에 분명히 체크까지 했다.
하지만 담당 판사는 이 사건을 직권으로 조정에 회부했다. 설상가상으로 상대방 B씨는 변호사까지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A씨는 판사의 결정이 자신에게 불리한 신호인지, 혹시 소송에서 질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에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조정 거부'했는데 판사가 직권 회부…기각하려는 의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재판부가 직권으로 사건을 조정에 넘겼다고 해서 A씨에게 불리하거나 소송이 기각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변호사들은 이를 법원의 고유 권한이며 실무상 흔히 있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홍푸른 변호사는 "민사소송법상 재판부는 당사자의 조정 거부 의사와 무관하게 사건의 성질상 조정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직권으로 조정에 회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 역시 "판사가 직권으로 조정에 회부했다는 사실만으로 불리하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변호사는 "'기각시키려는 것'이라거나 '적당히 끝내라는 것'이라는 해석은 모두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사건은 다시 재판 절차로 돌아가게 되므로, 조정 회부 자체가 패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이유는 '계약금 10배' 위약금…법원 "과하다" 봤을 가능성
그렇다면 판사는 왜 A씨의 의사를 무시하고 조정을 명했을까. 변호사들은 A씨가 청구한 '계약금의 10배'라는 위약금 액수에서 그 답을 찾았다.
법무법인 우선의 이민철 변호사는 "청구한 위약금이 법리상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보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리 민법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민법 제398조 제2항).
이 변호사는 "판사 입장에서는 판결로 위약금을 대폭 깎아버리는 것보다 양측이 타협점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 실무상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여지가 크다"고 짚었다.
즉, 조정 회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판결로 가더라도 전액 인정되기 어려운 위약금 액수를 현실적인 선에서 조율해 보려는 재판부의 실무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상대는 변호사 선임…'나홀로 소송' 계속해도 될까
A씨의 또 다른 고민은 상대방이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점이다. 혼자서 소송을 계속 진행해도 괜찮을지 걱정이 앞선다.
변호사들은 상대방 측 변호사가 바로 이 '위약금 감액'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법리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평정 김단 변호사는 "감액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는 변호사를 통해서 미리 갖춰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약 위반 사실만 반복하기보다, 위약금 약정의 정당성과 A씨가 실제로 입은 손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청구액이 300만 원인 점을 고려할 때 변호사 선임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민철 변호사는 "청구금액이 소액이므로 전체 소송 대리를 맡긴다면 승소하더라도 변호사 선임료로 인해 오히려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선임을 고민하기보다 조정 기일에 출석하여 방어할 진술 논리를 자문받거나, 핵심을 짚은 준비서면 작성 대행만 의뢰하는 것이 비용 대비 실익이 클 수 있다"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