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한 마디에 4430만원 뜯겼다…'조건만남'의 덫
'미성년자' 한 마디에 4430만원 뜯겼다…'조건만남'의 덫
"부모님이 알았다" 전형적 수법에 속수무책…전문가들 "즉시 고소해야"

채팅 앱으로 조건만남을 시도하던 한 남성이 미성년자라고 밝힌 상대방의 협박에 시달려 총 4430만 원을 뜯기는 사기 피해를 당했다./ AI 생성 이미지
채팅 앱으로 조건만남 상대를 찾던 한 남성이 '미성년자'라는 말 한마디에 4430만 원을 뜯기는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
'부모에게 들켰다'는 협박과 함께 변호사 선임비, 공증비 등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수법에 당한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불안 심리를 악용한 공갈 범죄라며, 추가 송금을 즉시 중단하고 증거를 확보해 형사 고소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장난으로 보낸 메시지, 4430만원짜리 비극으로
사건은 지난 5월 2일 새벽, 한 남성이 채팅 앱 '수다'를 통해 조건만남을 시도하며 시작됐다.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상대방이 스스로 미성년자라고 밝히자, 남성은 즉시 사과하며 만날 뜻이 없음을 전했다.
하지만 장난삼아 만남의 장소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상대방은 돌연 "부모님들 및 가족들에게 문자 내용을 들켰다"며 도와 달라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보이스톡과 전화가 빗발쳤다. 상대방은 "어떻게 하실 거냐, 지금 미성년자 상대로 이렇게 하면 범죄인 거 모르냐, 고소 절차 들어갈 거다, 그 전에 합의를 원하시면 합의금 달라"는 식으로 남성을 몰아붙였다.
처음 900만 원이었던 요구액은 '변호사 선임 비용', '공증합의서 작성 비용', '정신적 피해보상 비용' 등 온갖 명목이 더해지며 순식간에 불어났다. 결국 남성은 총 4430만 원을 입금하고 나서야 지옥 같은 연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형적인 피싱 사기"…전문가들의 만장일치 진단
뒤늦게 사기임을 직감한 남성이 법률 상담을 요청하자, 변호사들은 일제히 '전형적인 조건만남 빙자 공갈 사기'라고 진단했다.
이푸름 변호사는 "질문자님이 기재하신 내용만 보면 실제 미성년자 피해 사건이라기보다 이른바 ‘조건만남 미성년자 사칭 합의금 사기’ 또는 공갈 사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라며 즉시 형사 고소를 검토하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범죄는 이미 널리 알려진 조직적 수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대섭 변호사는 "수다 어플이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미성년자를 사칭하며 접근한 뒤 부모나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위협하거나 변호사를 가장하여 허위 공증합의서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것은 널리 알려진 조직적 범죄 형태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준환 변호사 역시 피해자의 가장 큰 두려움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실제 성관계나 음란 행위가 없었으므로 의뢰인님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으며, 가해자 측 서류는 모두 가짜입니다"라고 못 박았다.
내 돈 돌려받으려면?…'약점'을 넘어 '피해자'로 맞서라
피해자들이 신고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조건만남을 시도했다'는 자신의 약점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범죄 피해 구제가 우선이며, 가해자들의 공갈·사기 행위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다만 고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조기현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질문자님의 미성년자 성매매 미수 행위가 문제될 가능성이 있는만큼 변호사 조력 하에 고소를 하여 질문자님 혐의를 방어함과 동시에 경찰의 진정성 있는 수사를 촉구해야 합니다"라고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김준성 변호사는 "이런 사건의 경우 주범을 검거하기 힘들다는 말이 많으나, 본 변호사가 진행 중인 유사 사건이 수십건에 달하는데 최근 피의자들이 검거되는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어 희망적인 상황입니다"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