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공범?" 공무원 시험 대리 출제한 대학원생의 고민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공범?" 공무원 시험 대리 출제한 대학원생의 고민
졸업 빌미로 한 부당지시, 처벌 가능성 낮아…'공익신고자 보호법' 통해 책임 면제 가능

한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의 지시로 공무원 시험 문제를 대리 출제하고 수당까지 갈취당했다. /AI 생성 이미지
졸업을 결정할 막강한 권한을 쥔 지도교수의 지시로 공무원 시험 문제를 대신 출제한 대학원생 A씨. 출제 수당마저 교수가 가로챈 억울한 상황 속, A씨는 자신이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신고를 망설였다.
이에 경찰 출신 법률 전문가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강요에 의한 행위였고 금전적 이득이 없었기에 처벌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오히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으며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고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교수님 지시인데 어떡합니까"…졸업 목줄 잡힌 대학원생의 눈물
대학원생 A씨에게 2024년 3월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존경하던 지도교수로부터 받은 지시는 학문적 가르침이 아니었다. 국가의 중요 시험인 공무원 시험과 군무원 시험 문제를 대신 출제하라는 것. 졸업 심사를 코앞에 둔 A씨에게 교수의 말은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밤샘 작업 끝에 문제를 완성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허탈함뿐이었다. 문제 출제에 대한 수당은 전부 교수의 통장으로 들어갔다. 부당함을 알았지만, '졸업'이라는 목줄을 쥔 교수 앞에서 A씨는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수당은 교수가, 책임은 공범으로?…신고 망설이는 이유
시간이 흘러 A씨는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지만,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교수의 범죄에 가담한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일부 법률가들은 허위공문서작성죄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A씨처럼 교수의 부당한 지시로 고통받는 대학원생들이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이유다. 정의를 구현하려다 오히려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이들의 입을 막고 있는 것이다.
경찰 출신 최성현 변호사 "핵심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이러한 딜레마에 대해 경찰대학 졸업 후 12년간 경제범죄수사팀 등에서 공직 비리를 다뤄온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핵심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적용 여부"라고 단언했다.
최 변호사는 "A씨의 경우, 지도교수의 졸업 결정권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강요에 의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이는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책임이 감면될 수 있는 중요한 사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내부 비리를 신고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행위"라며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바로 이런 경우를 위해 존재한다. 이 법에 따라 신고자는 신분상 불이익 조치로부터 보호받는 것은 물론, 자신의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등 책임을 감면받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씨가 처벌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를 통한 대리 신고를 활용하면 신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불이익을 차단하고 안전하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임, 사기, 중징계…교수가 마주할 '처벌 종합세트'
반면, 제자에게 책임을 떠넘긴 교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최성현 변호사는 "교수의 행위는 시험 출제 기관을 속여 수당을 챙긴 '사기죄'와 직무에 관한 부정한 이득을 취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 위반 등으로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A씨의 용기 있는 신고가 한 개인의 억울함을 푸는 것을 넘어, 학계의 부조리한 관행을 끊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