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 성추행, '벌금 700만원' 통보에 무너진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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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 성추행, '벌금 700만원' 통보에 무너진 피해자

2025. 09. 10 12:1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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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700만원, 법원의 문을 두드려 판을 뒤집는 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검찰이 가해자에게 매긴 벌금은 700만원. 1년 넘게 자신을 괴롭힌 상습 추행의 대가가 고작 그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날, A씨는 손에 든 정신과 약 봉투를 한참이나 내려다봤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상사의 집요한 가해에 맞서 형사 고소라는 큰 용기를 냈지만, 검찰의 '구약식 처분(정식 재판 없이 서면 심리로 벌금형을 구하는 절차)'은 그녀가 감내한 고통의 시간을 조롱하는 듯했다.


벌금 700만원, 절망의 끝이 아닌 반격의 시작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검찰의 약식기소는 사건의 끝이 아니라 법원으로 공이 넘어갔다는 신호다.


법원은 검찰의 의견을 참고할 뿐,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직권으로 정식 재판을 열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판사의 마음을 움직일 피해자의 목소리가 결정적 변수가 된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법원에 '엄벌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강력한 대응"이라며 "가해자의 지속적인 괴롭힘과 그로 인해 피해자가 겪는 현재의 고통을 재판부가 인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원서 한 장이 '솜방망이 처벌'에 제동을 걸고, 사건의 무게를 재측정하게 만드는 첫걸음인 셈이다.


탄원서, 분노의 배설구가 아닌 '전체 범죄'의 조감도

그렇다면 탄원서에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전체 그림'을 그리라고 조언한다. 고소장에 적시된 '강제추행' 혐의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강제추행 피해를 중심으로 서술하되, 그동안 당해온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까지 함께 기재해 판사가 권력 관계 속에서 벌어진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 역시 "성추행과 성희롱, 괴롭힘을 모두 포함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피해'의 전체상을 보여줘야 가해자의 죄질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흩어진 점들을 연결해 '상습적 가해'라는 하나의 선으로 보여주는 것, 이것이 탄원서의 핵심 전략이다.


감정 호소는 그만, '진단서' 한 장이 모든 것을 말한다

억울한 마음에 분노를 쏟아내는 것은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설득력은 객관적 사실에서 나온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단순한 분노의 표현보다, 사건 이후 1년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사실, 그로 인해 평범했던 일상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육하원칙에 따라 담담히 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A4용지 2~3장 분량의 구체적 피해 사실과 함께 첨부된 '정신과 진단서'와 '치료 기록'은 강력한 증거가 된다.


형사 처벌 너머, '민사소송'으로 빼앗긴 시간을 보상받아라

형사 재판이 가해자를 '처벌'하는 절차라면, 피해자의 상처를 보상받는 길은 따로 있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형사소송과는 별개로 민사소송을 통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민사소송에서 가해자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벌금 700만원이라는 숫자는 더 이상 A씨를 좌절시키는 절망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이제 법원의 문을 두드리고, 가해자의 죄에 합당한 무게를 묻고, 잃어버린 자신의 시간을 되찾기 위한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숫자가 됐다.


그녀의 손에 들린 탄원서는 단순한 종이가 아닌, 무너진 일상을 바로 세우려는 한 인간의 존엄한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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