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박살 낸 수천만원 유품, 영수증 없으면 끝인가요?
집주인이 박살 낸 수천만원 유품, 영수증 없으면 끝인가요?
사진 한 장, 지인 증언도 결정적 증거…'상당한 손해액' 인정 가능

집주인이 세입자 집에 무단 침입해 고가 유품 등을 파손했지만 영수증이 없어 피해액 입증이 막막한 상황이다. / AI 생성 이미지
집주인이 세입자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 짐을 빼내다가 수천만 원짜리 유품부터 아이의 레고까지 망가뜨렸다. 황망한 세입자는 영수증이 없는 오래된 물건들의 가치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영수증이 없어도 포기하기엔 이르다며 사진, 시세 조사, 증언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원에서 손해액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레고부터 수천만원 유품까지 박살"…벼랑 끝에 선 세입자의 호소
어느 날 갑자기 집주인이 내 집에 몰래 들어와 짐을 빼내다 걸렸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물건들이 모조리 파손됐다면 어떤 심정일까. 한 세입자는 바로 이 끔찍한 상황에 부닥쳤다.
그는 “작게는 3,000원, 많게는 수천만 원짜리도 있어요. 아이 망가진 레고부터 찢어진 공책 하나까지 손해배상 받으려 합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손해액 입증이다. 수백 가지가 넘는 물건의 구매 영수증을 일일이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부모님께 물려받았거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유품으로 주신 고가의 물품, 혹은 제가 구매한지 10여년이 된 물품은 어떻게 증빙 해야하는거죠?”라는 질문은 그의 막막한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집주인의 불법행위(민법 제750조)는 명백하지만, 손해를 입증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영수증은 기본, 없으면 사진·시세·증언 총동원"
법률 전문가들은 영수증이 없다고 해서 손해배상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구매 영수증이 손해를 입증하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영수증이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사진이나 영상이다. 윤 변호사는 “파손되기 전의 물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영상 또는 사용 흔적(블로그, SNS 게시물 등)을 제출하세요”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창세 김솔애 변호사는 “사진이나 해당 물품의 상태, 물품의 시세, 비슷한 제품의 가격 등을 근거로 가치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라며 다양한 증빙 방법을 제시했다. 가족이나 지인의 증언 역시 물품의 존재와 소유 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수천만원 유품, '법원 감정'이 최후의 카드
손해배상액의 규모를 키우는 고가 유품이나 오래된 물품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법원 감정’을 핵심 카드로 꼽았다.
법무법인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수천만 원에 달하나 시세나 영수증을 알기 어려운 물건들은 소송 제기 후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을 통하여 감정을 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감정 절차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법무법인 선의 김우중 변호사는 “법원 감정을 통하는 경우 그 비용이 몇백만 원 수준으로 든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고가의 물품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감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법원이 물품의 객관적 가치뿐만 아니라 “정신적 가치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 유품이 갖는 특별한 의미도 재판 과정에서 참작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수증 없어도 포기는 금물…법원의 '직권 판단' 희망은 있다
모든 증거를 갖추지 못했더라도 희망은 있다. 우리 법은 손해 발생 사실은 명백하지만 구체적인 손해액 증명이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특히 대법원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이상 그 손해액에 관한 입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직권으로서 그 손해액에 관하여 심리하고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67. 9. 26. 선고 67다1024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이는 일단 집주인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면, 법원이 증거가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청구를 기각하지 않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 손해액을 판단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먼저 집주인을 주거침입 및 재물손괴죄로 고소해 합의를 시도하거나, 합의가 결렬될 경우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절차를 안내했다.
불의의 사고로 소중한 자산을 잃은 상황에서 철저한 증거 준비와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