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교사 실명·성적 낙서한 고교생…법원 "전학은 과해"
칠판에 교사 실명·성적 낙서한 고교생…법원 "전학은 과해"
법원 "교사 모욕은 인정되나 성폭력 범죄로 보긴 어려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고등학교 교실 칠판에 교사의 이름과 성적 비하 내용이 담긴 낙서를 해 전학 처분을 받은 고등학생이 학교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학생의 행위가 교사에 대한 모욕에는 해당하지만, 학교 측이 내린 전학 처분은 징계 기준을 초과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칠판에 교사 실명과 성적 낙서…학교 측 전학 조치
공립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A씨는 2023년 8월 29일 다른 학생과 함께 빈 교과교실 칠판에 담당 교사의 실명과 함께 성기를 묘사한 그림을 그리고 "느금마", "무리수" 등의 글자를 적어 연결했다.
이에 학교 측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뒤, A씨의 행위가 구 교원지위법상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학교장은 해당 행위가 교사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이자 성폭력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에게 전학 처분과 학생·학부모 특별교육 이수 처분을 통보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모욕죄 성립하나 성폭력 범죄로 보긴 어려워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교사의 실명인 줄 몰랐으며 친구를 놀리려던 일탈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교사가 A씨를 모욕죄로 고소한 형사사건에서 경찰이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린 점을 들어 처분 사유가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전문상담사의 상담 기록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A씨가 교사의 이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형사책임과 행정소송의 처분사유 인정 여부는 증명책임과 정도가 다르므로 불송치 결정만으로 행정처분이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칠판 낙서 행위는 교사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욕죄에 해당하므로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다만 재판부는 성폭력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학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행위가 성적 언동이나 모욕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하는 성폭력 범죄 행위에는 명백히 해당하지 않아 이 부분 처분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징계 점수 산정 오류…전학 처분은 재량권 남용
결정적으로 법원은 학교 측이 내린 전학 처분이 과도하다고 판결했다.
교육부 고시에 따르면 동일 학교에서 출석정지나 학급교체 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거나 상해·폭행, 성폭력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최초 발생'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전학 조치를 내릴 수 없다.
A씨의 경우 과거 징계 전력이 없고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므로 전학 처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또한 교권보호위원회가 평가한 징계 점수 산정에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침해행위의 지속성을 "보통"인 3점으로 평가해 총 17점으로 전학 조치를 의결했으나, 법원은 낙서 행위가 일회성에 그쳤으므로 지속성을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경우 총점은 15~16점이 되어 전학이 아닌 "학급 교체" 수준의 조치가 적절하므로, 전학 처분은 인정된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위법하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