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 책임' 특약만 믿고 집 샀는데…에어컨 틀자 물이 줄줄, 수리비는 누가 내나요?
'매도인 책임' 특약만 믿고 집 샀는데…에어컨 틀자 물이 줄줄, 수리비는 누가 내나요?
계약서에 '6개월 내 누수 책임' 명시
중개인은 "구조 문제 아니면 매수인 부담" 주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파트를 매수한 지 4개월 된 A씨. 최근 거실과 안방 에어컨을 동시에 가동했다가 천장 조명 부분에서 물이 떨어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계약서에는 '매매 후 6개월 내 누수는 매도인이 책임진다'는 특약이 분명히 있었지만, 부동산 중개인은 "집 자체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면 사용자가 수리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A씨는 계약서와 다른 중개인 말에 혼란에 빠졌다. 이사 온 지 반년도 안 돼 발생한 누수, 과연 수리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집 산 지 4개월, 에어컨 틀자 천장에서 물이…특약엔 '매도인 책임'
에어컨을 가동하자 조명 틈으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A씨는 급히 에어컨 업체를 불렀지만, 기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관리사무소 역시 공용 배관 등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었다.
여러 곳을 확인한 결과, 누수 원인은 건물 내부에 매립된 에어컨 배관이 막혔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A씨는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특약 조항을 떠올렸다.
계약서에는 '매매 후 누수 및 보일러 문제는 매도인이 6개월 내 책임을 진다'는 문구가 명확히 있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중개인에게 문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집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면 사용자가 고쳐야 한다"는 답변뿐이었다.
중개인의 "사용자 책임" 주장, 계약서보다 우선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계약서에 명시된 특약이 중개인의 개인적인 해석보다 우선한다. 변호사들은 계약서에 없는 예외 조건을 중개인이 임의로 덧붙여 매도인의 책임을 면해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홍푸른 변호사는 "계약서에 명시된 특약 문구의 문언적 의미가 우선 적용된다"며 "중개인이 별도의 예외를 주장하더라도, 계약서에 그런 단서 조항이 없다면 이는 중개인의 개인적 해석에 불과할 뿐 계약 내용을 변경하는 효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 역시 "중개인이 언급한 '집 자체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는 주관적 의견"이라며 "계약서상의 명문 특약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적으로 건물에 매립된 배관은 매매 목적물의 일부로 본다. 따라서 에어컨 기기 고장이 아닌 배관 하자로 인한 누수라면, 이는 매매 당시부터 존재했던 숨은 하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매매 전부터 있던 하자' 입증이 관건…증거 확보해야
매도인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누수 원인이 매매 당시부터 존재했던 하자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도인 측에서 매수인의 사용 부주의로 발생한 문제라고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수리를 서두르기보다 원인 규명과 증거 확보를 먼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전문업체로부터 누수 원인과 배관 상태, 장기간 진행된 문제인지에 관한 소견을 받고 사진·영상과 견적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도 "관련 업체의 점검 결과를 서면으로 받아두고, 누수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용증명 발송으로 책임 요구…거부하면 소송 진행
증거 자료가 준비됐다면, 매도인에게 계약서상 특약을 근거로 수리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해야 한다. 이는 법적 절차에 앞서 원만한 해결을 시도하는 동시에, 추후 소송에서 권리를 행사했다는 증거로 활용된다.
법률사무소 이룰성 성근모 변호사는 "확보된 누수 원인 증거와 수리 견적서를 바탕으로 매도인에게 수리 이행 또는 비용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중개인에게만 말해두면 권리행사 시점이 불명확해질 수 있으므로, 매도인 본인에게 직접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법상 매수인은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매도인이 내용증명을 받고도 수리나 비용 지급을 거부한다면,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소액 민사소송을 제기해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