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m 아래 추락해 턱뼈 부러졌는데 "음주측정 거부" 기소⋯ 법원 "무죄"
8m 아래 추락해 턱뼈 부러졌는데 "음주측정 거부" 기소⋯ 법원 "무죄"
심한 부상으로 호흡측정 곤란한 상태
측정 불응으로 볼 수 없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운전 중 하천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낸 뒤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턱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어 호흡측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점이 인정된 결과다.
창원지방법원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1심에서 밝혔다.
8m 아래 추락 후 응급실 후송⋯ "측정 거부" vs "부상 탓"
사건은 지난 2024년 2월 1일 저녁, 경남 창원시의 한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다마스 차량을 운전하던 A씨는 약 8m 아래 하천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감지기로 확인한 결과, 술에 취한 상태를 의미하는 '적색등'이 켜졌다.
A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경찰은 사고 정황과 A씨의 부정확한 발언 등을 근거로 병원에서 총 3회에 걸쳐 호흡식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노코멘트, 변호사를 불러달라"는 말을 반복하며 측정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정신과 약물 영향으로 졸음운전을 했을 뿐 음주를 하지 않았고, 당시 턱 수술을 위한 마취로 인해 호흡측정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항변했다.
법원 "술 냄새 안 났고, 턱뼈 골절로 숨 불기 힘든 상태"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측정을 거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선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과 경찰관들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구급대원은 "당시 반찬통 냄새와 피 냄새 외에 술 냄새는 맡지 못했다"고 증언했으며, 경찰관들 역시 음주감지기가 반응하기는 했으나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특히 A씨의 신체 상태가 호흡측정을 수행하기에 매우 열악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당시 A씨는 8m 아래로 추락해 턱뼈와 늑골이 골절되고 턱 부위가 찢어지는 등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사고 직후 응급실에서 턱 마취 후 봉합 수술을 받았으며, 추가로 턱뼈 골절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응급의학과 담당의는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부는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고, 당시 부상으로 의식이 불분명해 측정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실제로 출동 경찰관 중 한 명도 초기에는 A씨의 상태를 보고 "호흡측정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판단해 채혈 측정을 시도하려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신체 이상으로 측정 곤란하다면 처벌 불가"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음주측정에 응할 의무가 있지만, 신체 이상 등의 사유로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곤란한 경우까지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음주측정에 불응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언행에서 음주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당시 마취 및 부상 상태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호흡측정에 응할 수 있는 상태였다거나,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참고] 창원지방법원 2024고단1050 판결 (2025. 5. 28.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