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도 없이 '덜컥'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 계약…'무권대리'로 계약해지 가능할까
상의도 없이 '덜컥'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 계약…'무권대리'로 계약해지 가능할까
남편 모르게 부부 공동명의로 아파트 계약한 아내

남편은 아내가 덜컥 아파트 매매계약을 하고 온 사실에 놀랐다. 그것도 자신과 공동명의였다. 하지만 매매계약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 심정으로는 계약을 무효로 돌리고 싶은 A씨. 계약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했는데 무권대리를 주장해 계약을 없던 일로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셔터스톡
남편은 아내가 덜컥 아파트 매매계약을 하고 온 사실에 놀랐다. 그것도 자신과 공동명의였다. 하지만 남편 A씨는 해당 계약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했다. 알고 보니 아내가 평소 갖고 있던 A씨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이용해 계약을 진행한 것.
그렇다고 매매계약 내용이 남편 A씨의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 지금 심정으로는 계약을 무효로 돌리고 싶은 A씨. 실제로 해당 계약을 진행한 부동산은 자신에게 아파트 계약에 대한 '대리권'을 아내에게 위임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계약을 파기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처럼, 이번 일도 아내가 남편 모르게 계약을 했더라도 이미 진행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여겨야만 하는 걸까. 그건 아니다.
사실 우리 민법에는 부부의 일상적인 가사에 대해서는 서로 대리권이 있다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남편에게 별도의 대리권을 위임받는 절차가 없어도, 아내가 남편 대신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부동산 매매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무법인 로베이스의 최승준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선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과 같은 처분행위는 일상 가사의 대리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따라서 이 경우는 부동산을 계약할 당시에 별도로 남편에게 대리권을 위임받았어야 한다.
만약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법적 권한이 없는 사람이 타인의 권리를 행사했다면 무권대리(無權代理)라고 판단돼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안의 경우는 어떨까. 만약 아내 B씨의 행동을 무권대리라고 볼 수 있다면 남편 A씨의 바람대로 계약은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울종합법무법인의 류제형 변호사는 "아내가 남편 동의 없이 아파트 매매계약을 한 것은 일상 가사를 넘는 것"이라며 "계약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아내의 무권대리를 이유로 한 매매계약 무효 주장에 실익이 없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변호사 한병진 법률사무소'의 한병진 변호사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아내 B씨가 남편의 대리권을 갖고 있다고 믿을 만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점을 내세운다면) 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한, 무권대리를 주장하려면 법적으로 아내의 불법행위를 주장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했다. 신후공동법률사무소 김용대 변호사는 "무권대리라면 아내가 서류 등을 실질적으로 위조했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아내가 해당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한병진 변호사도 "무권대리로 설령 매매계약이 무효가 된다 해도, 아내는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해당 주장이)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