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손 베일까봐" 뗀 승강기 벽보, 평범한 엄마를 피의자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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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손 베일까봐" 뗀 승강기 벽보, 평범한 엄마를 피의자로 만들었다

2025. 08. 20 11:4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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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형 가능성 사실상 없어

정당행위 인정 여부가 관건

경찰 수사 결과 통지서 모습. /연합뉴스

돌도 지나지 않은 딸의 작은 손이 너덜거리는 벽보를 향해 뻗어 나가는 순간, 엄마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것을 떼어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었지만, 이 일로 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30대 엄마 A씨는 난생 처음 경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됐다.


사건은 지난 6월,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 승강기에서 벌어졌다. A씨는 어린 딸을 안고 승강기에 탔고, 아이는 여러 장 겹쳐 너덜거리던 벽보에 호기심을 보였다.


A씨는 "아이가 자꾸 손을 뻗어 벽보를 만지려 하는 것을 보고 손이 베일까 우려해 게시물을 뜯어냈다"고 했다. 관리사무소 직인조차 없는 불법 부착물처럼 보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 벽보는 한 입주민이 자신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붙인 '사유재산'이었고, A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당했다. 경찰은 CCTV를 근거로 혐의가 인정된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A씨는 "불법 전단지 제거하듯 떼어낸 행동이 범죄가 될 줄은 몰랐다"며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너덜거리는 종이 한 장도 '재물'

경찰의 판단처럼, A씨의 행동은 정말 재물손괴죄에 해당할까?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따져보면, 벽보는 고소인의 소유물이므로 '타인의 재물'이 맞다. 설령 불법 광고물이라도 법원은 재물로서 보호한다. 벽보를 뜯어낸 행위는 물리적으로 그 효용을 해친 '손괴' 행위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고의성'이다.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망가뜨린다는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A씨는 "남의 재산을 함부로 여기거나 탈취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아이의 안전을 위한 행동이었음을 강조했다.


유사 사건에선 '무혐의'

A씨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고 보는 조항이다. 아이가 다칠 수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한 엄마의 행동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생이 승강기 거울을 가린 게시물을 뗐다가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됐지만, 경찰은 손괴의 고의성이 없고 게시물이 거울 기능을 방해했다는 점을 들어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A씨가 실형을 살게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설령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아이의 안전을 위한 동기 ▲벽보의 가치가 크지 않고 이미 훼손된 상태였던 점 ▲A씨에게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혹은 소액의 벌금형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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