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비 약속 후 잠적, 돌아와선 “관계 거절했으니 네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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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비 약속 후 잠적, 돌아와선 “관계 거절했으니 네 책임”

2026. 04. 09 17:4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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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된 낙태 후 비용 회피…법조계 “명백한 불법행위, 위자료 소송 가능”

합의 하에 임신 중절 수술을 한 뒤, 수술비 절반을 주겠다던 남성이 잠적 후 성관계를 요구하다 거절 당하자 지급을 거부했다./ AI 생성 이미지

합의 하에 임신 중절을 약속하고 수술비 절반을 내주겠다던 남성이 돌연 잠적했다. 다시 돌아온 그는 “다시 관계를 할 수 있냐”는 부적절한 요구를 하다가 거절당하자, 이를 핑계로 비용 지급을 거부했다.


법조계는 남성의 행위가 사회 통념상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책임 회피라며,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수술비 반 주겠다” 약속 뒤 잠적, 돌아와선 ‘관계’ 요구


지난해 12월, A씨는 연인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사실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상의 끝에 임신 중절(낙태) 수술을 받기로 합의했고, 남성은 A씨에게 수술비용의 절반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A씨가 수술을 마친 후, 남성은 “2주 뒤에 보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대로 잠적했다.


A씨가 수차례 문자 메시지와 전화를 시도한 끝에야 겨우 연락이 닿은 남성은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A씨가 수술 당시 동행하겠다는 자신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고의로 잠적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수술비를 직접 주겠다면서도, A씨에게 “다시는 관계를 할 수 있냐 없냐”며 집요하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만나는 사람 있다” 거짓말이 빌미…적반하장식 책임 전가


불편함과 모멸감을 느낀 A씨는 남자친구의 부적절한 요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의 요구는 계속됐고,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던 A씨는 결국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남성의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그는 A씨의 거짓말을 빌미 삼아 “그럼 내 책임이 아니고 온전히 너의 책임”이라며 수술비 지급을 완전히 거부했다.


A씨는 합의 하에 낙태를 결정한 증거와 수술비 지급을 약속받은 대화 내용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까지 고민하는 상황.


그녀는 법률 상담을 통해 “이러한 상황에서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할까요? 소송이 가능하다면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라며 법적 구제 가능성을 물었다.


법조계 “명백한 불법행위, 위자료·치료비 청구 가능”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남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승소 가능성도 높다고 입을 모았다. 남성의 행위가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넘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상대방이 수술비 지급을 약속하고도 고의로 회피하면서 부적절한 요구까지 한 점,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 가중된 점 등이 배상 청구의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병철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수술비 지급을 약속하고도 고의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점과 A씨에게 정신적 충격을 준 점 등은 배상 청구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황성하 변호사는 “경우에 따라 형사 고소까지 가능한 상황으로 보입니다”라고 덧붙여 사안의 심각성을 시사했다.


소송의 핵심 ‘증거’…법원 판례도 여성의 손 들어줘


법원은 과거 유사 사건에서 연인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책임을 회피하고 방치해 홀로 고통을 감내하게 한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10. 선고 2019나35291 판결).


A씨의 경우, 남성이 잠적하고 부적절한 요구를 하며 책임을 전가한 행위가 바로 이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소송의 관건은 A씨가 확보하고 있는 객관적인 증거들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상대방과 합의하에 낙태를 했다는 증거와 수술 비용을 지급하기로 한 증거가 있다면, 병원비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이 가능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따라서 A씨는 남자친구와의 대화 내용, 향후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면 진단서와 진료기록 등을 철저히 확보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소송 전 내용증명을 보내 상대방의 자발적 이행을 촉구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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