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때마다 조곤조곤 무시하는 말투로 '지적'⋯모욕적인데, 모욕죄로 고소 가능할까
말할 때마다 조곤조곤 무시하는 말투로 '지적'⋯모욕적인데, 모욕죄로 고소 가능할까
모욕죄 성립하려면 ①경멸적 표현 ②공연성 ③특정성 충족해야
의도만으로는 모욕죄 처벌은 어려워

시종일관 차분하게, 무시하는 말투로 조곤조곤 자신을 지적하고 깎아내린 대표. 다분히 의도적인 상황에 모욕적이라고 느낀 A씨. 과연 A씨는 대표를 모욕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그 일'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 대표는 갑자기 회의를 하겠다며 전 직원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업무에 대해 평가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에 대한 업무평가가 아니었다. 오직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대표는 A씨가 이번 주 맡은 일을 '쭉' 적어두고선 그 일 하나하나 진행 상황에 대해 물었다.
A씨가 질문에 대답을 하면 대표는 자신이 적어둔 리스트에 'X'로 표시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볼 수 있었다. 언성을 높이는 등 감정을 드러내는 질문들은 아니었다. 대표는 시종일관 차분하게, 하지만 상대를 무시하는 말투로 조곤조곤 지적하고 깎아내렸다.
너무도 모욕적이었다. 자신의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당한 일. 팀원들이 위로해주긴 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업무지시 내리기도 심적으로 힘들다.
A씨는 대표가 자신을 공개적으로 모욕했다고 생각한다. 관련해서 녹음해둔 것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표를 고소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모욕적로까지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형법 제311조는 모욕죄에 대해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모욕죄가 성립되려면 ①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경멸적인 표현을 ②다수 앞에서 공개적으로 ③특정 인물을 향해서 했다는 점이 모두 인정돼야만 성립한다.
A씨의 경우 공연성(②)과 특정성(③)은 해당하지만, 경멸적 표현(①)이 있었는지 쟁점이 된다.
이에 대해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심지연 변호사는 "대표가 A씨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다분했고, A씨 또한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해도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구체적인 표현이 있어야 (모욕죄 성립이) 가능하다"며 "업무를 지적하는 행위만으로 모욕죄가 성립하긴 힘들다"고 심 변호사는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법원의 판례 때문이다. 대법원은 모욕죄에 대해 판단하면서 "상대방의 기분이 다소 상할 수 있다 해도 그 내용이 너무 막연하다면, 그것만으로는 상대방의 명예 감정을 해하여 형법상 모욕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대법원 2007.2.22. 선고 2006도8915 판결)
이런 법원의 입장에 비춰볼 때, 대표가 직원의 업무를 지적한 것은 '모욕을 위한 구체적 표현'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하 변호사는 "구체적인 표현을 봐야 알겠지만, 지금 상황만으로는 모욕죄로 고소한다고 해도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다만,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다른 의견이었다.
조 변호사는 "꼭 욕설과 같은 표현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공개적인 장소에서 모욕감을 느낄만한 행위를 했다면 모욕죄로 고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앞뒤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