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인기 편승한 욱일기 상품… 판매자·쇼핑몰 처벌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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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인기 편승한 욱일기 상품… 판매자·쇼핑몰 처벌은 어렵다

2025. 09. 16 11:2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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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욱일기 문양 열쇠고리.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문양이 새겨진 상품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지만, 이를 직접 제재할 법적 근거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인기에 편승해 역사적 아픔이 담긴 상징물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국민 정서와 법 현실 사이의 괴리가 또다시 드러났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6일, 국내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 '귀멸의 칼날' 주인공이 착용한 욱일기 문양 귀걸이를 본뜬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SNS를 통해 "플랫폼만 제공했다고 해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욱일기 문양 상품을 판매하는 건 분명한 잘못"이라며 "이는 일본 측에 욱일기 사용 명분만 제공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욱일기 문양 귀걸이.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욱일기 문양 귀걸이.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욱일기 금지법? 대한민국엔 없다

분노는 들끓지만, 법은 냉정하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나치 상징물을 금지하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욱일기 자체의 사용이나 판매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명시적인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욱일기가 법의 심판을 받은 사례는 있다. 대전지방법원은 2020년, 타인의 얼굴에 욱일기를 합성해 SNS에 게시한 행위에 대해 형법상 모욕죄를 인정한 바 있다(2019고정586 판결).


하지만 이는 욱일기 자체를 불법으로 본 것이 아니라, 타인을 모욕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행위를 처벌한 것이다. 즉, 욱일기 상품을 단순히 판매하는 행위에 모욕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매를 규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판매자와 플랫폼, 법적 책임 물을 수 있나

그렇다면 판매자와 이들에게 판매 공간을 제공한 온라인 플랫폼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판매자: 직접 처벌 '난관'

현행법상 욱일기 상품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판매자에게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서경덕 교수가 지적한 "판매 대상국의 역사와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법적 책임보다는 사회적, 윤리적 책임 영역에 가깝다.


온라인 플랫폼: '방조' 책임은?

해외 직구 등의 형태로 단순 중개만 했다고 주장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은 더 복잡하다.


과거 법원은 오픈마켓 운영자가 판매자의 모든 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일반적인 주의의무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원은 "상품의 등록, 가격, 판매 등은 모두 판매자가 결정하며, 운영자는 공간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을 뿐"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가합46488 판결).


하지만 플랫폼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플랫폼이 권리침해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은 위조상품이 계속 판매되는 것을 알면서도 소극적인 조치만 취한 쇼핑몰의 책임을 지적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09라1941 결정).


이를 이번 사안에 적용하면, 서 교수 등의 문제 제기로 플랫폼이 욱일기 상품의 판매 사실과 그로 인한 사회적 논란을 인지하게 된 이상, 해당 상품을 방치할 경우 최소한의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행법의 공백 속에서 욱일기 상품 유통을 막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 규제와 사회적 책임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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