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장 스피커, '횡재'와 '절도' 그 아슬아슬한 경계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분리수거장 스피커, '횡재'와 '절도' 그 아슬아슬한 경계

2026. 03. 19 10:4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먼지 쌓여 버린 줄 알았어요"…판례로 본 유무죄의 결정적 차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행위는 주인이 버릴 의사가 명백하면 절도죄 성립이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쓸 만한 스피커를 주웠다가 절도범으로 몰릴까 걱정하는 사연이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소유자가 버릴 의사가 명백하면 범죄 성립이 어렵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분리수거장의 관리 형태에 따라 유죄가 선고된 판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무엇일까?


"누가 봐도 버린 물건"…변호사들 "범죄 성립 가능성 낮다"


쓰레기를 버리러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갔다가 전자제품 폐기물 수거함에서 박스째 버려진 PC 스피커를 발견한 A씨. 박스에는 흙먼지가 자욱해 누가 봐도 버린 물건처럼 보였다.


하지만 A씨는 작동되는 스피커를 집에 들고 온 뒤부터 '이거 혹시 절도죄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원래 주인이 나타나거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범죄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권민정 변호사(법률사무소 민앤정)는 "기본적으로 쓰레기를 버린 것이기 때문에 소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판단하셔도 됩니다. 이 경우에는 고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하고 버린 물건을 가져온 행위에 '훔친다'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연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 역시 "놓여 있던 장소가 분리수거장이기에 쓰레기를 버린 것으로 보이며, 점유물 이탈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같은 의견을 냈다.


'주인 없는 물건' vs '아파트 공동 재산', 엇갈리는 판례


변호사들의 의견처럼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물건은 대부분 소유권이 포기된 '무주물(주인 없는 물건)'로 간주된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쓰레기 배출장소에 버려진 물건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씨의 사례에 대해 "특히 A씨의 경우처럼 전자제품 폐기물 수거함에 버려진 물건이라면, 이는 명백히 소유권 포기의 의사가 표시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해당 스피커가 흙먼지가 묻은 상태로 폐기물 수거함에 있었다는 점은 소유자의 폐기 의사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는 정황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분리수거장 물건이 주인 없는 물건은 아니다. 법원은 분리수거장의 관리 상태와 재활용품 판매 수익의 귀속 주체에 따라 다르게 판단한다.


실제 한 판례(대구지방법원 2019노859)에서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분리수거장의 고철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팔아 얻은 수익을 경비원들이 사용한 경우, 해당 물품을 '아파트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며 절도죄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 경우 분리수거된 물품은 소유권이 포기된 것이 아니라 관리 주체인 아파트 측에 점유권이 넘어간 재물로 본 것이다.


"훔칠 의도 없었다"…'정당한 오인'이 무죄의 열쇠


설령 분리수거장의 물건이 아파트의 재산으로 인정되더라도, 가져간 사람에게 반드시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고의성' 입증 여부다.


우리 대법원은 타인이 버린 물건으로 오인하여 가져갔고, 그렇게 오인하는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절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과거 법원 역시 분리수거장 근처에 놓인 손수레나 주차장 바닥에 있던 오토바이 사이드미러를 가져간 사안에서, 피고인이 버려진 물건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잇따라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A씨의 경우 '흙먼지 쌓인 박스'라는 명확한 정황이 있어 훔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심교준 변호사(법무법인 심)는 "쓰레기장에 있었던 물건을 버린 것으로 생각하여 가져온 것이므로, 절도나 점유이탈물횡령죄의 고의가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요약했다.


법적 분쟁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 "가져가기 전, 확인부터"


결론적으로 A씨가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불필요한 오해나 법적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한 현명한 방법은 있다. 바로 물건을 가져오기 전 관리 주체에게 확인하는 것이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관리사무소 측에서도 개별 물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향후 혼동을 피하기 위해 관리사무소에 확인 후 물건을 수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섣불리 '득템'에 나섰다가 마음고생하는 일을 피하려면, 가져가기 전 한 번 더 확인하는 신중함이 필요해 보인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