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트렁크 속 1억 쇼핑백의 진실... 3억 횡령 혐의 벗은 직원들
[무죄] 트렁크 속 1억 쇼핑백의 진실... 3억 횡령 혐의 벗은 직원들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에 뒤바뀐 운명
법원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아"
![[무죄] 트렁크 속 1억 쇼핑백의 진실... 3억 횡령 혐의 벗은 직원들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66735873397946.png?q=80&s=832x832)
대표이사의 '네'라는 카톡 답변과 트렁크 속 쇼핑백이 담긴 CCTV가 3억 원 횡령 혐의를 벗겼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분양 대행 용역 사업을 수행하던 회사에서 3억 원이 넘는 자금을 친인척 명의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은 직원들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자금 집행을 사전에 승인했다는 정황과 더불어, 현금 1억 원이 든 쇼핑백을 대표의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는 주장이 CCTV 영상 등을 통해 신빙성을 인정받으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이했다.
3억 원의 수상한 계좌 이체, 시작된 업무상 횡령 공방
울산지방법원(2024고단798)은 최근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와 B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 C 주식회사의 인건비 집행과 계약 관리 업무를 각각 담당하던 이들은 2020년 11월경 총 10회에 걸쳐 회사 자금 3억 170만 4,000원을 친인척 및 지인 명의의 계좌로 이체해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공모하여 회사 소유의 자금을 급여 명목으로 허위 송금한 뒤 임의로 사용했다고 보았다. 실제로 별지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피고인 B의 어머니를 포함한 여러 지인의 계좌로 적게는 1,300만 원에서 많게는 4,800만 원 상당의 금액이 '급여'라는 명목으로 이체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 금원은 대표이사 D의 승낙 아래 현금화된 것이며, 수익금 명목으로 대표 D와 피고인들이 각각 1억 원씩 나누어 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불법적으로 가로챌 의사인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다.
"어제 이야기한 거 정리하겠습니다" 카톡 답변 '네'의 무게
재판 과정에서는 피고인들과 대표이사 D 사이의 긴밀한 소통 내역이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피고인 A는 거액을 송금하기 전날 대표 D로부터 5억 원을 입금받은 뒤, "어제 이야기했던 거 정리하겠습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표 D는 "네"라고 답변했다.
이후에도 A는 "일전에 이야기했던 금액 금일 정리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대표 D는 다시 한번 "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회사의 계좌 거래 내역이 D의 휴대전화로도 전송되는 시스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D가 해당 송금 내역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대표 D는 해당 금원이 분양 대행 용역비로 지출된 줄 알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이미 영업직원들에게 용역비 지급이 완료된 시점이었고, 통상적인 용역비 지출과 달리 대표에게 구체적인 보고가 없었음에도 D가 지출 명목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는 이듬해 해당 지출을 모두 사업소득으로 신고하기까지 했다.
CCTV에 포착된 쇼핑백과 대표이사의 "기억 안 난다"
사건의 정점은 울산의 한 모델하우스 주차장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이었다. 피고인 A는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현금화한 2억 원 중 1억 원을 종이 쇼핑백에 담아 대표 D의 차량 트렁크에 직접 넣었다고 진술했다. 실제 CCTV 영상에는 A가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서 쇼핑백을 꺼내 D의 차량 트렁크에 옮겨 싣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반면, 고소인인 대표 D의 진술은 모호했다. D는 당시 받은 물건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서류였던 것 같다"라며 답변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법원은 만약 그것이 중요한 서류였다면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차량 트렁크에 그대로 방치했을 리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 반면, 고소인 D의 진술은 불분명하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대표이사의 승낙 없이 임의로 돈을 횡령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하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참고] 울산지방법원 2024고단798 판결문 (2025. 6. 12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