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마사지 한번에 2천만원…'영상 있다' 공직자 노린 신종 공갈
수년 전 마사지 한번에 2천만원…'영상 있다' 공직자 노린 신종 공갈
전문가들 "영상은 99% 허위, 공포심 노린 수법…즉시 신고가 유일한 해법"

공직자 A씨는 '마사지 업소 방문 영상이 있다'는 협박에 2천만원을 송금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공직자 A씨는 전화 한 통에 2천만원을 뜯겼다. 수년 전 마사지 업소 방문을 빌미로 '영상이 있다'고 협박한 신종 공갈 범죄의 전말이다.
공직자 A씨는 전화 한 통에 2천만원을 뜯겼다. 수년 전 호기심에 들렀던 마사지 업소 때문이었다. '유사성행위 영상이 있다'는 협박 전화 한 통에 그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범인은 A씨는 물론 그의 아내 이름과 직업까지 꿰고 있었다.
'아내 이름까지 아는데…' 공포에 2천만원 송금
'영상, 회사에 뿌릴까요?'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A씨의 가장 약한 부분을 정확히 겨눴다. 사회적 평판이 중요한 공직자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범인은 수년 전 A씨가 방문했던 타이 마사지 업소 이름까지 거론하며 그를 압박했다. 당황과 공포에 휩싸인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결국 그는 범인이 시키는 대로 2천만원이 넘는 돈을 송금했다. 범인은 '영상을 지우겠다'는 말을 남기고 텔레그램 대화방을 폭파한 뒤 사라졌다. 하지만 돈을 보냈다고 평화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A씨는 '정말 영상이 있었을까?', '또 연락이 오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 결국 법률 전문가의 문을 두드렸다.
'영상은 99% 가짜'…개인정보 이용한 신종 공갈
변호사들은 A씨의 사연을 듣자마자 전형적인 허위 영상 협박 사기라고 입을 모았다. 범인들은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영상을 미끼로 삼는다. 다른 경로로 유출된 개인정보를 조합해 피해자의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신종 공갈 수법을 쓴다는 것이다.
이들의 행위는 명백한 공갈죄(형법 제350조, 다른 사람을 겁줘 재산상 이익을 얻는 범죄)에 해당한다. 만약 실제 성적인 영상으로 협박했다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촬영물 등 이용 협박죄'(성폭력처벌법)라는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영상은 절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개인정보를 이용해 약점을 잡고 돈을 뜯어내는 전문 공갈꾼의 소행"이라고 단언했다.
2천만원 되찾으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전문가들이 제시한 유일한 해법은 '즉각적인 경찰 신고'다. 추가 금전 요구에 응하는 순간, 범죄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 뿐이라는 경고다. 범인의 연락은 모두 차단해야 한다. 돈을 보낸 계좌 이체 내역과 통화 기록 등 확보된 증거를 가지고 경찰에 정식으로 고소해야 한다.
이재용 변호사(JY법률사무소)는 "텔레그램 대화가 사라졌어도 계좌 추적을 통해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에 고소하면 수사기관이 범죄 이용 계좌를 추적해 가해자를 검거한다. 피해자는 형사 절차와 별개로 '가압류'(범인이 돈을 빼돌리지 못하게 묶어두는 조치) 신청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길을 열 수 있다.
'평판' 인질 삼는 범죄, 용기 있는 신고가 해법
A씨의 사례는 한 개인의 실수가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어디서든 쉽게 유출되는 개인정보가 '평판'을 인질로 삼는 신종 범죄의 무기가 된 것이다. 많은 피해자들이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고하지 않으면 범죄는 반복될 뿐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범죄의 고리를 끊는 힘은 피해자의 용기 있는 신고와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에 있다. 한순간의 약점을 파고드는 악랄한 범죄에 더는 혼자 떨지 말고, 법률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당당히 맞서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