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의 거짓 신고, 분대장 잃고 전출…'무고죄'로 명예 되찾을까
후임의 거짓 신고, 분대장 잃고 전출…'무고죄'로 명예 되찾을까
“다 찌르겠다” 후임 한마디에 '모범 분대장' 나락으로
무고죄 고소 가능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후임병의 "다 찌르겠다"는 한마디에 성실히 복무하던 분대장의 군 생활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성 군기 위반, 상관 모독, 부조리. 하루아침에 3개 혐의를 뒤집어쓴 분대장 A씨는 모든 직책을 박탈당한 채 낯선 부대로 전출됐다.
수개월의 조사 끝에 모든 혐의를 벗었지만, 그의 명예는 회복되지 않았다. 전역 후 법률사무소의 문을 두드린 A씨는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후임병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조심해라” 중대장도 경고했던 후임의 ‘작심 신고’
사건의 발단은 분대장으로 복무하던 A씨(당시 상병 5호봉)의 부대에 '주의가 필요한' 후임 B가 전입 오면서부터였다. B는 부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며 줄곧 전출을 희망했고, "전출 못 가면 사고라도 쳐서 가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B는 A씨의 동기와 언쟁을 벌인 뒤 "여태까지 당한 거 다 찌르겠다"고 선언했다. 다음 날 B의 신고 대상은 놀랍게도 언쟁 상대가 아닌 분대장 A씨였다. A씨는 성 군기 위반, 대상관 모독, 부조리라는 3가지 혐의로 즉시 분대장 직책을 박탈당하고 다른 부대로 전출되는 신세가 됐다.
기나긴 싸움 끝 ‘무혐의’하지만 돌아오지 않은 명예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이어진 수개월의 조사 과정은 A씨에게 깊은 상처만 남겼다. 하지만 진실은 결국 밝혀졌다. 대상관 모독과 부조리 혐의는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고, 가장 민감했던 성 군기 위반 혐의마저 '증거 부족으로 인한 징계 불가' 결정을 받았다.
모든 혐의를 벗었지만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없었다. 원래 부대로의 복귀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부당하게 휴가까지 1일 차감됐다. 잃어버린 시간과 명예, 정신적 피해는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전역 후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B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법조계 “무고죄 성립 가능성 충분 ‘고의성’ 입증이 관건”
법률 전문가들은 후임 B를 무고죄로 고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무고죄(형법 제156조)는 타인이 징계나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법무법인 한일의 이환진 변호사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 및 징계불가 처분을 받았다는 것은 A씨의 결백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이는 B씨 진술의 신빙성에 큰 흠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가 되어 무고 고소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B가 신고 전 "다 찌르겠다"고 말한 대목은 허위 신고의 '고의성'을 입증할 핵심 정황 증거로 꼽힌다. 13년간 경찰로 근무한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A씨만 선별적으로 신고한 점, 신고 직후 본인도 다른 부대로 전출 간 점 등은 고의적인 허위 신고임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법원 판례(2014도5132)에 따르면 단순히 혐의가 없다는 결과만으로 무고죄가 자동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 소송을 통한 피해 보상 길도 열려 있다.
변호사 김일권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무고죄로 형사 고소를 진행함과 동시에, 그동안 고통받은 피해에 대해 2천만 원 상당의 위자료(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군복은 벗었지만, A씨에게는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기 위한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