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앞에서 사임 공식 선언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 파괴"
"정의와 상식 무너지는 것 두고 볼 수 없어" 짧지만 강했던 사임의 변
지난 3일간 언론 통해 작심 발언⋯문 대통령, 오후 3시 윤 총장 사의 수용

4일 오후 2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앞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오후 3시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결국 사임을 공식화 했다.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앞에 도착한 윤 총장은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검찰에서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사퇴의 뜻을 밝혔다. 사임의 변을 마친 뒤에는 추가 발언 없이 검찰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시간 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윤 총장의 사임론은 지난 3일 그가 대구고검을 방문했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윤 총장은 "중수청 설치는 사실상 검찰 해체"라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한다)"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을 정면으로 맞받아친 모양새였다.
이 같은 비판 기조는 그 전 3일 동안 지속돼 왔다. 윤 총장 지난 2일부터 이날(4일)까지 연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며 정부와 여당을 공개 비판했다. "중수청 신설이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된다", "검찰총장 직(職)을 걸어서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그렇게 하겠다", "국민은 개돼지가 아니다" 같은 수위 높은 발언들도 지난 2일과 3일에 모두 쏟아졌다.
윤 총장이 대대적인 비판에 나서자, 지난 3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윤 총장의 행동은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며 "총리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윤 총장의 거취를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 총장이 먼저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4일 오후 3시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019년 7월 25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검찰청법 제12조 제3항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오는 7월 24일까지 검찰총장직을 수행했어야 한다.
지난달 8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안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은 전면 폐지된다.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남겨졌던 부패, 선거 등 6대 범죄 수사 기능도 모두 이관해야 한다. 검찰에는 공소 제기와 유지, 영장청구 권한만 남는다.
이러한 중수청 설치를 둘러싸고 법조계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4일, 대한변호사협회는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기에 앞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중수청 설치 법안에 반대한다"며 공식 성명을 냈다.
변협은 성명에서 "검찰의 수사권은 이미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대폭 축소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남아 있는 검찰의 6대 중대범죄 수사권마저 중수청으로 이관한다면, 이는 사실상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여 검찰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떠한 개혁 입법도 인권 옹호라는 큰 틀 안에서 진정한 국민의 권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며 "정치권력의 과도한 사법 개입은 사법 위기를 초래하고, 이는 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중수청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여권 일각에서도 반박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조응천 의원은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미 전국조직인 국가수사본부가 있음에도 별도로 중수청을 만들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사법 통제는 없고 수사기관들만 신설해 수사 총량을 늘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전격 사퇴하고, 대내외 반발이 이어지면서 중수청 설치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여권은 검찰개혁특위를 통해 이달 내로 중수청법을 발의하겠다고 뜻을 모았던 바 있다.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지금,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또 제게 날 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