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비번 누르는 것 보고 있던 남성, 스토킹처벌법 시행돼도 처벌 불가능할 수 있다
뒤에서 비번 누르는 것 보고 있던 남성, 스토킹처벌법 시행돼도 처벌 불가능할 수 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지켜보거나 기다리는 것 = 스토킹 행위
스토킹 행위를 반복적 또는 지속적으로 한 것 = 스토킹 범죄
스토킹처벌법상 처벌조항으로 규정한 것은 '스토킹 범죄', 행위만으로는 처벌 불가

뒤에서 자신이 비밀번호를 누르는 걸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남성. 현재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수사에 나서지 못했지만 10월 시행되는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반절만 맞고 반절은 틀린 분석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사례1.
얼마 전 A씨는 섬뜩한 일을 당했다. 현관문을 열려는데 한 남성이 뒤에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것.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미동이 없다. 결국 A씨는 비밀번호를 누르는 대신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급하게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날 밤, 자신이 겪은 일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여기저기 "나도 겪었다"는 경험담이 올라왔다.
사례2.
B씨는 알지도 못하는 남성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같은 대학 동문이라면서 만남을 요구했는데, 어떻게 자신의 번호를 알고 이렇게 문자를 보내는지 불쾌했다. 그런데 이런 연락을 자신만 받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정체불명의 이 남성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동문이라며, 선배라며, 동기라면서 여학생만을 골라 연락과 만남을 요구했다. B씨를 더 무섭게 만든 건, 자신에게 연락했던 그가 성범죄자였다는 것과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풀려났다는 것이다.
사례 속 남성들은 경찰에 의해 모두 신원이 특정됐다. 하지만 직접적인 위협 등을 가하지 않았다면, '범죄가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수사를 하거나 처벌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언론에서 오는 10월부터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이런 행동을 제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분석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행위 ▲주거지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이나 이미지를 보내는 행위로 불안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집 근처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걸 지켜봐 A씨에게 불안감을 일으켰고, 성범죄 전력을 가진 알 수 없는 남자가 B씨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해 공포심을 일으켰으니 각각 '스토킹 행위'는 맞다. 10월 이 법이 시행되면 이를 적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처벌 조항을 보면 '스토킹 범죄'를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 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즉,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해당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막상 처벌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A변호사도 "보통은 동일한 피해자 1인에 대하여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반복성의 의미를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는 향후 법정에서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죄형법정주의 및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죄형법정주의란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는 근대 형법의 기본 원리다.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을 통해 유사한 사항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